여서도_6월 27~28일 #3 - 원시의 섬 여서도.


6월 27,28일 3,4일차 / 3박 4일 여서도


여서국민학교 -> 여서항 -> 바다민박 -> 청산도 -> 완도여객선터미널

3,4일 차 마지막 여서도 기행입니다. 이거 뭐...얼마만의 업데이트인지 모를 정도여서 민망할 따름 ㅎㅎㅎㅎ 일단 끝맺음은 지어야겠기에, 신비의 섬 여서도 마지막 편입니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마지막에 다다른 곳.


여서국민학교.

이곳은 지난 2011년 폐교된 학교로 비교적 학교 시설이

보존되어 있으면서 자연에 의해 서서히 그 본래 역할을 

잠식당하고 있는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운동장엔 풀들이 자라난 상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염소 한마리가 괜시리 스산한 분위기를 더해주는 느낌에

해도 제법 떨어진 시점.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여서국민학교는 

실제 다음지도와 네이버지도에서는 엉뚱하게 마을 한 가운데에

표기가 되어있다. 마을 끝의 커다란 녹색 지붕이 무슨 역할을 하는 공간인지 

궁금했던 나는 이곳이 초등학교임을 올라와서야 알게 된 것이다.  










얼마전까지 사용했던 것 처럼 과학실 유리창에는 각종 작물의 구분법 따위를

구분할 수 있는 도판 같은 것이 붙어있었다. 이미 벽의 노화도 제법 진행된 상태이다. 








교실의 문들은 열려 있어서 출입이 가능했다. 해가 저물기 시작한 이 때쯤

가지고 갔던 디지털카메라와 아이폰의 베터리도 모두 소진되어 버리고 말았다.

감도 50의 벨비아를 장전해 놓은 필름카메라가 기록수단으로는 유일하게 

남아있어 그것으로 촬영을 완료 했지만 노출은 꽤 어둑어둑하게 나오고 말았다. 








다시 여서항으로 돌아오니 내일 떠날 배가 정박해 있다.

배는 하루를 여서도에서 지내고 오전에 청산도로 출항하게 된다.








바다민박의 내부사진, 이런 외딴섬에 뜨거운물 콸콸나오는 깔끔한 

원룸은 상상도 못했는데 정말 편하게 묵고 갈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같이 동행한 후배들과 미리 준비해간 맥주한캔과 후랑크소세지로 간단하게 축배.







섬을 나서는 것이 아쉬워 항구 주변을 돌아보았다. 

방파제 안으로 잔잔한 바다가 고요했다.


이곳엔 언제쯤 다시 올 수 있을까?








아침이 밝았다. 


여서도 하늘에는 비행운이 끊이질 않고 생긴다.

제주행 항로를 비행하는 여객기가 무척 많아 세계에서도 번잡한

항로로 손 꼽힌다는 풍문을 전해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제주도를 가다 바다 한 가운데 외딴 섬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면

바로 그곳이 여서도다.







드디어 승선, 한가지 우스운 일은 배에서 바다바람을 맞으며 

컵라면을 먹는 호사를 누려보겠다고 배가 떠나기 직전까지 

기다리다가 라면에 물을 붓고 뛰어오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말았다.









여행의 감흥을 느끼기 위해 시도했던 이 똥줄타는 노력은 승선하신 아저씨께 

주방에서 끓는 물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후에 아무런 가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식당구경이나 해보자는 셈으로 들어와봤는데 없는게 없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어쨋든 배에서 취식하는 라면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여서도가 멀어져 간다. 










보물섬이나 15소년표류기 같은 탐험 소설류에서나 나올 법한

모습으로 안개 속에서 등장했던 여서도는 다시 해무속으로 서서히 

그 비밀스런 모습을 감추어 갔다.








고물, 어린시절 책을 읽으면서 항상 이 단어는 정말 이상하게 쓰인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문인지 배의 뒷전에서 보는 역광의 

장면은 어린시절의 추억처럼 꿈결같게 느껴진다.









배는 청산도에서 우리를 내려줬다. 

여기서 다시 완도여객선터미널로 가는 배를 끊어야 된다.

여서도의 한적함을 4일 동안 흠뻑 느끼고 온 우리에게 마치 이곳은 

서울 같은 느낌이었다. 


엄청나게 붐비는 인파들은 몇년전 부터 지방도시 각지에 불어닥친

둘레길이니 슬로우씨티라는 일련의 유행어들 때문일 것이다.











전복이며 소라, 해삼들이 다라마다 그득하다.

4일간의 고생을 좀 씻어보자고 해삼을 한마리 샀다.

지금 생각해보니 소라도 좀 살 걸 후회가 된다 무려 반년이나 지나서ㅋㅋㅋ








청산도를 출항한다. 여서도로 갈 때 탔던 배와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페리다.








2층으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신선한 해삼을 즐길 준비를 했다.








실한 해삼, 짭조름한 점액질이 혀 끝을 감싸는 것과 동시에 칼에 썰려 잔뜩 

긴장한 채 오그라들어버린 듯한 해삼의 몸체가 우두둑 하고 씹힌다.

괜시리 몸이 좋아지는 느낌이 든다. 나이가 든 증거일거다.  












어느새 완도연안여객선 터미널이 보인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육지와 제주도 바다 사이, 정확히 한 가운데 외로이 떠있는 

여서도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항상 섬을 나올 때면 시원섭섭함이 함께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이다. 그러다가 에스프레소 샷 추가한 아메리카노 한잔에

조미료와 패스트푸드로 기어이 배를 채우고 나서야 아 좋은 추억이었지...

하는 안도감이 들고야 만다. 


다음으로 그리워하게 될 섬은 어디가 될까?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