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W-Nikkor 2.5cm F4.
- Gigantopik
- REVIEWS/Reveiw_Nikon S Lenses
- 2017. 7. 7.
렌즈명: W-Nikkor 2.5cm F4
발매년도: 1953년
렌즈구성: 4군 4매
최단거리: 0.9m
필터지름: N/A (Series VII)
본체무게: 125g / 73g (chrome / black)
생산개수: 약 1,900개
W-Nikkor C 2.5cm F4 는 저 유명한 짜이즈사의 토포곤(Topogon) 타입 렌즈로 단 4장의 렌즈로 구성이 된, 렌즈 역사상 유래없이 작고 얇은 렌즈로 유명합니다. 25mm의 넓은 화각은 근접거리에서 배경과 함께 인물 혹은 군상을 담아내기에 최적인 심도를 갖습니다. 수은주가 영하 18도를 찍은 오늘 새벽, 스냅용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이 매력 넘치는 렌즈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괴르츠의 하이퍼곤에서 시작된 계보.
토포곤 타입의 렌즈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00년 괴르츠(C. P. Goerz)가 설계한 하이퍼곤(Goerz Hypergon 135° F22)에 이르게 됩니다. 두개의 동일한 볼록렌즈가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이 하이퍼곤은 당시로써 상상할 수 없는 초광각의 화곽에 왜곡과 상면만곡이 거의 없는 훌륭한 설계였지만, 축상수차와 구면수차를 컨트롤 할 수 없는 태생적 단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단점은 추후 C. P. Goerz사의 Zeiss 합병 이후 1933년 비로소 2장의 오목렌즈가 추가되어 개선되어졌고, 이로인해 4군 4매의 더블가우스타입 구조를 갖춘 첫 Topogon 타입의 렌즈가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하이퍼곤 렌즈의 장점만을 갖춘 토포곤 타입은 무왜곡의 특성을 살려 항공사진 및 측량, 지도제작에 적합한 렌즈로 2차대전중 Luftwaffe에 의해 사용되며 그 위력을 발휘했고 4군 4매의 기본 구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렌즈의 곡률을 미세하게 변경하면서 점차 성능을 개량해 나갑니다. 그리고 비로소 1950년, Contax rf 를 위한 민수용의 Topogon 25mm F4 가 Zeiss Jena DDR 을 통해 출시되기에 이릅니다. Nippon Kogaku에서 W-Nikkor 2.5cm F4 가 발매된 것은 3년 뒤인 1953년의 일로 전후 일본에서도 군사목적의 렌즈를 민수화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 100% 대칭, 토포곤 타입.
이 렌즈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더블가우스 구조의 4군 4매 구성으로 이루어집니다. 설계는 Hideo Azuma에 의한 것으로 대형포맷의 1933 Topogon과 1942년 바슈&롬사의 Metrogon, 대칭구조의 전설로 남은 대형포맷용 Biogon, 역시 베르텔 박사의 설계로 태어난 1952년의 Aviogon 을 염두에 두었으며 1953년 가을에 이르러 도면을 완성했습니다.
단면도를 살펴보면 내부의 두 렌즈의 두께가 비정상적으로 얇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오목렌즈의 두께는 0.45mm에 지나지 않는 박막에 가까운 글라스로 워낙 얊은 탓에 알콜의 기화열에 의해 깨지는 일도 있어 제조 및 조립, 클리닝과정에서 대단한 주의가 필요했다고 전해집니다. 두께에 비해 아주 큰 역할을 하는데 하이퍼곤의 단점이었던 축상수차와 구면수차를 보정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완벽한 대칭형의 설계 덕분에 기하학적 왜곡수치는 '0'에 가깝게 달성되었습니다.
3. 진짜 팬케이크 렌즈.
W-Nikkor 2.5cmf F4 는 팬케이크 렌즈의 조상격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이례적인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심플한 렌즈구조에서 오는 컴팩트한 설계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이곳저곳에서 살펴 볼 수 있는데 일단 초점링이 없는 구조입니다. 이는 Nikon RF와 Contax RF의 특징이자 장점인 포커스휠을 활용한 아이디어로 초점은 검지손가락이 위치한 포커스휠을 이용하여 변경할 수 있습니다. 렌즈의 회전각이 적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포커싱이 가능합니다. 이것으로 Topogon 25mm F4 의 최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거리계 연동의 부재를 해결하였습니다.
또다른 한가지 특이점은 조리개링이 경통 깊이 들어가 렌즈 바로 옆에 붙어 있습니다. 덕분에 이 렌즈의 경통에는 렌즈의 두께를 결정짓는 조리개링, 초점링이 둘 다 없어 경통은 바디 위로 단 0.95cm 밖에 노출되지 않는 말도 안되는 컴팩트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가장 먼저 손에 넣고 싶었던 Nikon Rangefinder 렌즈가 바로 이 W-Nikkor 2.5cmf F4 였습니다.
바디 안쪽으로 깊이 들어가 있는 렌즈 때문에 경통 자체가 후드 역할을 하여 후드의 필요성은 거의 없으나 오리지널 후드가 존재합니다. 아주 얇은 링타입의 후드로 베이요넷 형식으로 장착되는데 대부분 분실되어 후드를 따로 구하기란 하늘에 별따기와 가깝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후드를 장착하면 짜이즈 토포곤의 경통길이와 거의 일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광학적 성능을 백프로 활용하기 위한 악세서리로 보여집니다.
조리개는 다른 토포곤 타입 렌즈들과 마찬가지로 최대개방에서도 한스탑 정도 조여진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는 토포곤 특유의 급격한 렌즈곡률로 인한 주변부 광량저하를 완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됩니다. 얇은 경통이 가지는 결정적 단점은 필터나사산이 없기 때문에 스냅온 형태의 Series VII 필터가 아니면 필터의 장착이 불가능 하다는 점입니다. 설사 필터를 장착한다 하더라도 조리개의 조작을 위해서는 필터를 때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최근 컴팩트 디카용으로 발매되고 있는 GGS의 접착식 필터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보았는데 아무튼 렌즈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Topogon Type의 렌즈들 | 후드를 씌운 W-Nikkor 2.5cm F4 |
4. 광각을 가장한 표준렌즈.
몇번이고 말씀드려도 부족하지 않을 상면만곡과 왜곡수차는 완벽하게 억제됩니다. 아래의 5번째 사진을 보시면 피사체에 대해 수직으로 촬영할 경우 표준렌즈로 촬영한 결과물과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특이한 결과물을 보입니다. 대각선의 기울임 촬영에서도 수직으로 곧게 뻗은 직선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최대개방에서는 주변부의 코마수차와 구면수차가 존재하지만 그 형태와 느낌이 온화하게 녹아들어 눈에 거슬리지 않는 묘사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선예도는 놓치는 부분 없이 날카롭게 묘사하며 컨트라스트와 색감 올드렌즈 답지 않게 진하게 표현됩니다. 주변부 광량저하는 촬영조건에 따라 F11에서도 끄트머리에 남는 편입니다(주로 하늘이 들어간 촬영시). 렌즈의 성능을 완전히 끌어올리는 최적의 조리개는 F11이며 그 이상 조이면 회절에 의해 해상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5. 바디와의 매칭.
워낙 얇은 렌즈 두께 덕분에 크롬이던 블랙이던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크롬은 블랙에 비해 두배가 무거운데 그래봤자 125g 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블랙은 75g 으로 500원 짜리 10개 보다 가볍습니다. 전용 파인더는 역시 세트로 구입하지 않는 이상 제짝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Nikon SP의 28mm 내장파인더로 대략적인 화각을 가늠하여 촬영한다면 컴팩트한 W-Nikkor 2.5cm F4의 장점을 십분 활용할 수 있습니다. 파인더가 필요하다면 Voightlander의 21/25 외장 파인더가 아주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Zeiss Biogon 21mm F4.5와 병행해서 사용가능한데다 컬러 및 모양도 굉장히 잘 어울립니다. 하나 달아놓으면 SP 바디에서 21mm, 25mm, 28mm, 35mm, 50mm, 85mm, 105mm, 135mm 까지 총 8개의 화각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6. 마치며.
마운트 한 채 가방에 수납했을 때도 뿌듯함이 느껴지는 작지만 묵직한 존재감을 가진 렌즈입니다. 두께감이 거의 없는 크기에 Nikon SP를 어디든 쏙 들어가는 컴팩트 카메라처럼 만들어주는데다, 렌즈 4장의 구성은 수많은 보정용 렌즈가 들어가있는 현행의 렌즈들에서 느낄 수 없는 광학계 본연의 원초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포곤 타입의 100% 대칭구조로 인해 완벽하게 절제된 왜곡과 강한 컨트라스트, 해상력은 이 렌즈를 사용하는 사용자로 하여금 강한 애착을 갖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