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ax RF 마운트의 Russar MR-2 20mm/f5.6(for Contax, Kiev mount.)
- Gigantopik
- INFORMATION/Info_Lens
- 2017. 6. 1.
클래식카메라에 한창 빠져있었던 2007년 쯤의 일입니다. 당시 클래식 카메라 유저분들이 활동하고 있었던 클래식포토(Classicphoto.co.kr) 사이트에 한장의 사진이 올라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Bessar R2C 바디에 루싸 렌즈가 물려있던 사진이었습니다. 다큐멘터리 작가이신 이상엽 작가님이 루싸를 콘탁스 마운트로 개조해서 달아놓으셨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굉장히 컴팩트했던 모습이었지만 거리계와 연동이 되지 않는다라는 댓글을 보고 금방 잊혀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자연스러운 느낌의 초광각은 21mm 까지' 라는 사견으로 즐겨 쓰지는 않지만 브랜드를 불문하고 언제나 21mm 화각을 가지고 있던 중, 임재천 작가님께서 루싸를 즐겨 쓰신다는 소식을 듣고 저건 꼭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그 때의 기억이 함께 떠오르고 맙니다. 그때의 글을 찾아보았지만 사이트 리뉴얼을 거치면서 자료가 사라졌는지 찾을 수가 없었고 구글링을 통해 왼쪽의 사진을 찾고 탄성을 지르게됩니다.
당시 Orion-16 28mm F6 렌즈도 Kiev 마운트로 생산된 적이 있었기에 분명히 루싸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였으나, 이상하리만치 자세한 정보는 물론 이런 개체의 사진조차 찾아볼 수가 없더군요. 간신히 찾은 사진들도 모두 형태가 달라보였습니다. 어떤 녀석은 알맹이만 있었고, 앞 경통까지 달라붙어있는 놈도 있었죠. 한가지 공통점은 있었습니다. 렌즈의 마운트 부분이 Sonnar등의 50mm와 같은 내조식(Internal mount) 마운트의 형태를 띄고 있었던 점입니다. 아래 이어지는 사진을 보시면 3가지 타입의 경통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세가지 타입을 한번 주의깊게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저는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되는지도 예측을 해보시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냥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 쓰면 되지 왠 시간낭비냐고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뭐...이런게 덕질의 묘미아니겠습니까!
1번 타입: 거리계눈금과 네임링이 있는 크롬/블랙 경통
2번 타입: 거리계눈금 없이 조리개링과 렌즈만 있는 타입
3번 타입: 일체형의 외부경통
잘 살펴보셨나요? 저는 첫번째 결론을 이렇게 내렸습니다.
'50mm 내조식 경통 하나 구하면 저거 Nikon RF에 쓸 수 있겠다.'
이렇게 이미 마음엔 루싸가 들어와있었고, 경통은 아시는 분께 Tessar 무코팅 상태 안좋은 것을 저렴하게 구해 경통을 빼냈습니다. 핀이 맞는지 안맞는지는 일단 무시하고 정식으로 개조를 의뢰하기 전에 임시로 평행을 잘 맞춰 루싸의 내부경통을 50mm 외부경통에 단단하게 고정을 했습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루싸의 렌즈경통이 50mm 배럴에 쏙 들어가더군요. ㅎㅎㅎ
그리고 어뎁터를 이용해 Sony A7에 마운트했습니다. 일단 무한대를 조절하고....천천히 근거리 쪽으로 경통 전체를 회전시켜 나갔습니다. 안타깝게도 역시 거리계와 호환은 되지 않았습니다. 50mm 렌즈가 마운트 되는 Nikon, Contax, Kiev의 내조식 마운트는 약 8mm 정도가 늘어나는데 반해 초점링의 회전이 극히 적은 광각렌즈인 루싸는 근거리에서 무한대까지 렌즈초점의 이동이 2mm 정도 밖에 일어나지 않아 내조식 마운트를 끝까지 돌리게 되면 거의 10cm 정도까지 초접사가 이루어지는 듯 했습니다.
무려 Contax RF 마운트의 Russar MR-2 20mm F5.6!
최단거리로 전개, 이때 루싸의 실제 초점거리는 13cm. | 렌즈의 무한대를 이 위치에서 고정하면 거리 예측이 가능. |
이제 필름바디에 물려 실제 촬영을 해볼 차례입니다. 거리계 연동은 되지 않지만 무한대에서 13cm까지 대략적인 비율을 파악하며 촬영해보았습니다. 디지털에서 이미 어느정도 거리비를 익혀놓았으므로 큰 오차 없이 필름에서도 촬영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역시 듣던대로 묵직하고 강렬하더군요. 특유의 묵시록적인 중압감이 무척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래 몇장의 사진을 게재합니다. 그리고 M마운트에 아메데오 어뎁터를 이용해 M마운트에 물린 사진도 있군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컴팩트한 초광각 올드렌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ㅎㅎㅎ
M9 / Russar MR-2 20mm F5.6 | Russar MR-2 20mm F5.6 / Amedeo Adapter |
Nikon SP / Russar MR-2 20mm F5.6 / Fuji Velvia 50F
Nikon SP / Russar MR-2 20mm F5.6 / Fuji Astia 100F
아참, 아까 첫번째 결론만 언급하고 말았군요, 두번째 결론입니다. 다시 위의 사진으로 돌아가서...2번째 타입은 제가 개조한 렌즈와 마찬가지로 추후 개조된 렌즈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1, 3번째 타입은 실제로 KMZ(Krasnogorsk)에서 제조한 렌즈일 가능성이 큽니다. 저 형태의 경통을 가진 동일 개체의 사진이 발견되는 점과 정확한 거리표시(최단거리 0.13m)를 하고 있는 점이 그 이유입니다. 첫번째 타입의 경통 뒷부분은 페인팅이 완료된 개체, 그리고 3번째 타입은 조립 및 도색 전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역시 광각렌즈의 구조상 거리계 연동은 불가능했고, 결국 거리표시를 경통에 각인하여 목측식으로 사용하고 있는 점은 스크류마운트의 그것과 동일합니다.
해외 사이트의 기록을 보면 러시아의 보도사진가들이 키예브 바디에 20mm 렌즈를 사용하고자하는 요청이 지속적으로 있었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러한 요청에 제조사에서는 렌즈경통부는 그대로 이용하면서 내조식 마운트에 부착시킬 수 있는 경통을 극소수 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떠신가요 50mm 렌즈 보다 작은 루싸,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