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포토키나에서 발표된 Canon 50mm F0.95렌즈는 5군 7매의 구성으로 72mm의 필터를 장착하는 대구경의 표준렌즈입니다. 당시 발매가는 57,000엔 정도로 일반인의 5달치 봉급의 수준에 맞먹었다고 전해집니다. 거대한 렌즈의 크기답게 무게도 왠만한 레인지파인더카메라의 바디 무게에 가까운 605g, 먼저 출시된 니콘의 Nikkor-N.C 5cm F1.1이 인터널 마운트에서 렌즈 하중을 견디기 위한 후기형의 익스터널 마운트로 변경된 것을 참고하여 전용의 베이요넷 마운트를 가진 Canon 7, 7s 바디에서만 사용이 가능합니다.
오늘은 'dream lens'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캐논 50mm F0.95의 작업일지입니다.
Canon 50mm F0.95 렌즈는 C-mount에 장착하기 위한
Canon TV 50mm F0.95의 버젼이 함께 존재하는데
이번 클리닝 작업에서 다룬 렌즈는 일반 버젼입니다.
이 버젼은 거리게 연동을 위해 렌즈의 한쪽 귀퉁이를
잘라낸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TV 버젼은 완전한 원형을
유지하며 두 렌즈 모두 위의 C-mount 어뎁터의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Canon 7s 등의 카메라에서
TV 렌즈는 장착이 불가능합니다.
M마운트로의 개조는 어느 것이든 상관이 없습니다.
대구경 렌즈답게 렌즈 점검도 시원시원하게 가능했습니다.
올드렌즈로써 평범한 정도의 오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게 심한 곰팡이는 없어보입니다.
조리개링을 중심으로 먼저 전옥부를 떼어냅니다.
이 묵직한 감격은 정말 설명하기 힘든데...
보통 우리가 중국집 짬뽕에서 볼 수 있는
담치(홍합보다 작은 패류)를 열다가
키조개 뚜껑 따는 느낌?
아무튼 뭐 그런 느낌입니다. ㅋ
위에가 담치와 키조개의 차이입니다.
담치 코스프레에 전전형 Carl Zeiss Jena Sonnar 5cm F1.5.
이것도 나름 귀한 렌즈인데;;
이 당시 출시된 대구경의 표준렌즈들은 가우스타입인
조나의 파생형으로 기본 구조 및 접합은 비슷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대물렌즈 바로 아래의 2군 렌즈를 분리합니다.
이것도...키조개 뚜껑 따는 느낌으로 ㄷ
베이요넷 마운트를 분리해냅니다.
렌즈본체와 헬리코이드 부의 분리.
역시 깔끔하고 잘 가공된 캐논 특유의
단단한 경량의 경통이 인상적입니다.
후옥을 분리합니다.
헬리코이드의 수평운동을 수직운동으로 바꿔
경통의 움직임을 돕는 로드와의 간섭을 없애기
위해 렌즈의 한쪽 끝이 직선으로 잘려있습니다.
보통은 레인지파인더 시절 설계된 초광각렌즈를
미러의 간섭이 생기는 SLR에서 사용하기 위해
컨버팅하여 출시된 렌즈인 Nikkor-O 21mm F4나
Super-Angulon R 21mm f3.4 등에서
볼 수 있는 특징인데, 워낙 큰 후옥 탓에
이런 형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묵직한 황동의 헬리코이드가 믿음직스럽습니다.
정말 거대하네요 ㅎㅎㅎ
조리개링과 헬리코이드는 상태가 좋아 분해하지 않았습니다.
왼쪽 아래 짜이스 전전형 조나는 크기비교를 위해 올려놓았습니다.
경통 청소 및 헬리코이드 주유에 들어갑니다.
보시는 것 처럼 여기저기서 금속가루가
나옵니다. 미리 구석구석 완벽하게 제거하지 않고
렌즈 알을 닦으면 이런 것들이 클리닝마크를
깊게 생기게 합니다.
그나마 작은 것이라 잘보이고
실제로는 스크류 사이에서 조립시 떨어진 아주
미세한 것들도 많습니다. 빼놓지 않고
주변을 모두 닦아냅니다.
구조, 매수에 상관없이 기본 작업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들이 바로 이런 이유입니다.
스크류 하나가 없는 상태로 조립이 되어있어
공동묘지에 다녀옵니다. ㄷㄷㄷ 동일 피치, 크기의
나사를 찾아 단단히 고정해줍니다.
후옥부의 클리닝.
워낙 알이 커서 군데군데 찍히고 쓸린
자국은 남았으나 얼룩과 헤이즈 등 모두 최대한
깨끗히 작업합니다.
CLA가 끝난 경통과 후옥을 조립해 놓습니다.
전옥부 경통의 조립고 클리닝입니다.
전옥부의 스크래치 및 무언가 튀어서
오래 남아있었던 흔적은 사진처럼 남아있습니다.
캐논의 옐로우 코팅의 경우 생각보다 산화나
오염에 약한 편이라 스크래치 없이 코팅표면이
dull 해지면서 일부 산화된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사용 및 보관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작업을 하다보면 직경 5mm 정도의 렌즈부터
캐논 0.95 같은 거대한 지름의 렌즈알을 클리닝하게
되는데 둘다 신경이 많이 쓰입니다.
작은 렌즈는 스크래치가 많이 발생하게되면
전체면적에서 꽤나 큰 비중을 발생해서
조심스럽고, 면적이 넓은 렌즈는 용제가 렌즈알을
닦아내기전에 말라버리므로 그만큼 얼룩을 남기지 않고
닦아내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클리닝이 완료된 Canon 50mm F0.95렌즈의 모습입니다.
이 렌즈는 개체마다 결과물 차이가 꽤 많고
스펙상 기념비적인 렌즈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개체가 좋은건지 결과물이 상당해서 놀랐습니다.
이정도면 생긴 것만 빼면 녹티급이라고 봐도...ㄷㄷㄷ
원래 프리뷰 식으로 짧막한 디지털 리뷰를 시작했으나
시간이 없어 결과물이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이번 포스팅에는 무보정 원본을 첨부하기로 했습니다.
맨 마지막 사진은 F1.4, 나머지는 F 0.95 최대개방입니다.
큰 대물렌즈는 역광, 사광에서는 아무래도 후드같은 것을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지만 순광에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듯합니다.
개성과 화질을 고루 갖춘, 캐논이 자랑할만한 렌즈입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