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 Nikkor-N 5cm F1.1.

렌즈명: Nikkor-N 5cm F1.1

발매년도: 1956년

렌즈구성: 6군 9매

최단거리: 0.9m

필터지름: 62mm

본체무게: 400g (External), 347g(Internal)

생산개수: 835(Internal) + 1,547(External) + 211(LTM)
 

 

 

 

 

*오래전 비정기 사진집 Shoot-Film Vol.2에 기고한 내용을 토대로 타이틀 사진이 적용된 버젼이며, 어투가 좀 재수없을 수 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작업 하느라 미루고 미루다 이제야 올렸네요 ㄷㄷㄷ

 

 

  

- 미명(未明)하의 적을 찾기 위한 노력


 1950~1960년대는 전후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 광학용 렌즈 개발사의 기록을 갱신하는 렌즈들이 쏟아져나오며 각축전을 벌인 시기이다. 누가 더 빠르고 넓은 화각의 렌즈를 만들어내는가에 세상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상용렌즈로써 가장 먼저 f/1.2의 벽을 허문 메이커는 일본의 제국광학공업주식회사(Teikoku Kogaku )였다. 
1943년 일본 해군에 의해 황혼이나 새벽녘의 항공기 정찰 임무를 수행하는데 사용하기 위한 고속의 대구경 렌즈를 컨셉으로 개발이 시작된 제국광학의 Zunow 5cm f/1.1은 십여 년에 이르는 개발기간을 거쳐 1953년 상용렌즈로 발매되기에 이른다. 

 

  Zunow 5cm f/1.1은 기본 설계는 당시 대구경 렌즈의 간판과도 같았던 조나 타입을 기초로 제작되었으며 5군 9매의 구성에 반구형에 가까운 형태로 크게 돌출된 후옥의 모습 탓에 ‘탁구공’이라는 별명이 붙여졌다. 그러나 사용 및 보관이 용이하지 못했던 이 전기형 렌즈는 2년 후, 1955년 즈노광학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개칭함과 동시에 후옥이 오목렌즈로 변경된, 5군 8매의 즈노-타입으로 완성된다. 필터구경은 54.5mm로 일반적인 표준렌즈의 구경이 40mm전후에 불과했던 당시 상황으로 볼 때 실로 거대한 렌즈가 아닐 수 없었다. 


  이후 고속 렌즈의 등장은 간단없이 계속되어 1956년 한 해에만 NIKKOR-5cm F/1.1, Canon 50mm f/1.2, Hexanon 60mm f/1.2 등의 걸출한 고속렌즈들이 등판한다. 그리고 1961년에는  "인간의 눈보다 밝은 렌즈"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내건 경이로운 개방 조리개 값의 Canon 50mm f0.95가 발매된다.
끝없이 계속될 것 같았던 소리 없는 전쟁은 상용렌즈로는 최초로 비구면렌즈를 사용한 녹티룩스 1세대(1966년)와 1941년 적외선을 이용한 야간투시경용으로 개발되었던  Zeiss UR-Objectiv 70mm f/1.0을 기반으로 제작된 Zeiss Planar 50mm f/0.7이 1968년 아폴로8호와 함께 달의 뒷면을 촬영하기 위해 지구 궤도를 벗어나며 막을 내리게 된다.

 

 

 

  

  Zunow 5cm f/1.1가 발매된지 1년 뒤인1956년은 니콘에게 있어 매우 고무적인 해였다. Nikkor-N 5cm F/1.1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빠른 광각 렌즈였던 W-Nikkor 3.5cm F/1.8를 동시에 발매했기 때문이다. 비록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은 놓치고 말았지만, Nikkor-N 5cm F/1.1은 광학적 완성도에 있어 Zunow 5cm f/1.1의 그것을 많은 부분에서 상회하고 있었다. 이는 대구경 렌즈의 공식과도 같았던 조나 타입의 구조를 과감히 배제하고 더블 가우스 타입의 대칭형 구조를 선택한 점, 그리고 당시 신소재로 개발된 란타늄을 렌즈용 유리재에 섞어 굴절률을 비약적으로 높인 것에서 기인한다. 렌즈 제조에 쓰이는 산화란타늄은 비방사성으로 같은 용도로 사용된 토륨(Th)에 비해 위험도가 매우 낮다.

 

  대물렌즈 전면에 볼록 렌즈를 새로이 추가하는 등의 실험적인 시도 역시 구면 수차와 상면만곡을 적절한 수준으로 감소시키고 있는 설계상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Nikkor-N 5cm F/1.1은1957년 자국 내 특허에 이어 1958년 미국 특허를 출원함으로써, 독창적인 새로운 타입의 렌즈임을 인정 받기에 이른다. 이후 니콘은 Nikkor-N 5cm F/1.1의 설계를 기초로 야간개방촬영에서의 성능을 극대화한 대구경 렌즈 개발에 박차를 가해 1977년 전설적인 Noct-Nikkor 58mm F/1.2 렌즈를 탄생시킨다.  

 

 

 

 

- 여성향의 전기형, 남성향의 후기형

 

  Nikkor-N 5cm F/1.1은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의 마지막과 니콘 일안반사식 카메라 시대의 초반에 출시된 렌즈의 특징인 ‘해바라기 타입’의 초점링 디자인을 처음으로 채택했으며 같은 해 출시된 W-Nikkor 3.5cm F/1.8 역시 동일한 형태의 초점링을 가지고 있다. 초점링 요철의 간격은 전기형이 더욱 조밀한데 비해, 후기형은 간격이 넓고 깊이가 깊어 미끄러짐 없는 조작이 가능해 한결 믿음직스럽다. 전기형에서 여성의 아름다운 곡선의 형태가 느껴진다면, 후기형에서는 남성향의 굵고 강렬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니콘과 콘탁스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는 렌즈의 체결이 2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데, 첫 번째는 렌즈가 바디의 헬리코이드에 튀어나온 작은 마운팅 후크에 렌즈의 탭이 고정되는 방식으로, 이를 내조식 마운트(Internal mount)라고 부른다. Nikkor-S 5cm F/1.4나 Zeiss Sonnar 50mm F/1.5와 같은 소형의 렌즈가 이 방식을 이용하며, 광각렌즈와 같이 무거워 바디의 헬리코이드에 무리를 줄 수 있는 렌즈는 헬리코이드 바깥에 있는 외조식 마운트(External mount)의 베이요넷에 장착된다. 니콘에서는 내조식 마운트 버전을 주의하여 사용하지 않을 경우 헬리코이드의 정밀도에 무리를 줄 수 있다고 판단, 추후 경통부를 새로 설계한 후기형의 외조식 마운트로 개선한다.

 

  Nikkor-N 5cm F/1.1은 내조식, 외조식 마운트로 각각 835개, 1,547개, 그리고 라이카 스크류 마운트용으로 211개가 생산되었으며, 모두 광학적으로는 동일한 설계를 공유한다. 여담으로 전기형의 시리얼 No. 120155번 개체는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가 Nikon S2와의 조합으로 애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 f/1.1에서 새로이 구현되는 시공간의 매력

 

  2010년, 해외 카메라 포럼에서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던 네이든(Nathan Keirn)씨가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국내 촬영지에 관한 정보를 물어왔고, 나는 Nikkor -N 5cm F/1.1를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약속 당일 수산시장에 나타난 네이든의 어깨에는 영롱한 대물렌즈의 Nikkor-N 5cm f/1.1이 물려진 Nikon SP가 걸려 있었다. 그는 반가운 미소로 테스트 해보라며 초면이었던 내게 흔쾌히 렌즈를 건네 주었고 나의 SP는 새로운 렌즈를 장착한지 30분도 되지 않아 필름 두 롤을 소화해버렸다. 정신없이 촬영하던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길을 잃어버렸는데, 고가의 렌즈와 함께 사라져 버린 나를 찾던 네이든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던 것은 기분 탓이었을까?


  Nikkor-N 5cm F/1.1의 설계는 가우스 타입의 대칭형 구조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름 62mm의 대구경 렌즈임에도 불구하고 왜곡이 적고 개방에서의 중앙부 해상력이 비교적 양호하며 F/1.1이라는 조리개 수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색수차가 적은 강점을 가진다. 그러나 이에 반해 개방값에서 광량부족이 두드러짐과 동시에 플레어와 코마 수차의 발생으로 주변부의 컨트라스트와 해상력이 떨어지는 태생적 한계 역시 지닐 수 밖에 없게 된다. 특히 개방 조리개 근방에서 발생하는 코마 수차는 소용돌이 형태의 빛망울을 만들어, 개방에서의 화상이 다소 어지러운 분위기를 갖는다. 그러나 까다로운 렌즈인 만큼 배경과의 거리나 피사체, 빛의 양과 방향 등을 잘 조절하면 6군 9매의 란탄 글래스 속에 내재된 개성 있는 결과물을 끌어낼 수 있다.Nikon SP / Nikkor-N 50mm F1.1 / Fuji Provia 100F

 

 

 

Nikon SP reissue / Nikkor-N 50mm F1.1 / Fuji Provia 100F @F1.1

 

 

Nikon SP reissue / Nikkor-N 50mm F1.1 / Fuji Provia 100F @F1.1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네이든과 함께 촬영한 5cm f/1.1의 첫 롤 Fuji Provia 100F를 현상하고 루페를 들여다보면서 처음 경험해보는 F/1.1 묘사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렌즈는 광량이 부족한 실내에서 상기한 장점과 단점이 묘하게 섞이며 장면과 장면을 맛깔스럽게 버무려내고 있었다. 어떤 장면에서는 극도로 낮은 심도가 만들어낸 절묘한 입체감으로 도마 위에 놓인 생선이 펄떡거릴 것 같은가 하면, 또 다른 컷은 축축하게 젖어 비린내 진동하는 공간을 베일로 포장해 아름다운 회화처럼 공간을 재해석해냈다. 이러한 묘사 특성을 끌어내기 위해서 담고자 하는 피사체와 배경 사이의 거리를 적절히 좁히거나, 낮은 심도를 활용해 초점의 앞부분을 흐리는 등, 기존의 빛망울을 부각시키는 촬영방법에서 벗어나는 것도 재미있었다.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점광원이 많은 배경을 피해 촬영하는 것이 안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된다. F/1.4정도로 조여도 여전히 컨트라스트가 옅지만 해상력은 충분한 수준으로 올라온다. 

 

 

Nikon SP reissue / Nikkor-N 50mm F1.1 / Fuji Provia 100F @F1.1 

 

  F/2.0이후로는 수차 등이 비약적으로 줄어들었다. 필터링에서 대물렌즈가 위치한 지점이 깊지 않아 역광이나 역사광 상태에서는 후드를 사용하는 것이 좋겠지만, 렌즈보다도 훨씬 큰 오리지널 벤티드 후드는 쉽게 부서져 지금까지 멀쩡하게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고 있다고 해도 렌즈 가격과 맞먹는다. Nikkor-N 5cm F/1.1의 컬러 재현력은 매우 현실적으로 일반적인 올드렌즈의 경우 황색 등 온색의 묘사가 두드러지는 편에 비해 거의 현행 렌즈의 수준으로 맑고 청명한 색감을 나타낸다. 

 

 

 

- 멀티롤 렌즈로도 충분한 심도촬영에서의 묘사력

 

Nikon SP reissue / Nikkor-N 50mm F1.1 / Fuji Provia 100F @F11

 

  수산시장에서 단 몇 롤의 촬영뿐이었지만,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강렬한 체험에 사로잡힌 뒤 한동안 열병을 앓은 나는 결국 오래지 않아 내조식(Internal Mount) 버전의 렌즈를 미국 셀러로부터 구입해버리고 말았다. 결혼식을 앞두고 가까스로 수중에 들어온 Nikkor-N 5cm F/1.1는 함께 신혼여행지였던 그리스로 떠나게 된다. 사실 여행지에서 굴리기엔 무겁고 부담스러웠기에 출발 직전까지 가방에 넣을지 말지를 고민했다. 어쩌면 작고 가벼운데다 멀티코팅까지 갖춘 Millennium Nikkor-S 50mm F/1.4가 여행을 즐기기에 적절할 선택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F/1.1로 배경을 날려 버리면 그곳이 지중해인지, 을왕리인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 끝의 해답은 결국 조임 촬영에서의 성능에서 찾았다. 네이든과의 노량진 촬영을 마치고 이동했던 창덕궁에서 촬영한 필름 컷을 뒤져 라이트박스에 올리고 조리개를 조여 찍은 풍경사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대구경화에 초점을 맞춘 렌즈라 주변부나 조임에서의 단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고 나의 왼쪽 어깨를 조금 더 희생하기로 마음먹었다. 

 

  Nikkor-N 5cm F/1.1의 묘사 특성 중 재미있는 점은F5.6 이상으로 조리개를 조여도 컨트라스트가  일정수준 이상 강해지지 않고 암부의 계조가 남는다는 것인데, 이 점이 지중해의 강한 태양이 만드는 암부의 그림자에서도 풍부한 계조로 전체적인 화상을 잡아주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함께 가져간 Kodak E100VS는 그리스의 강한 빛과 맑은 대기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자칫 심심해 보일 수 있는 렌즈의 컨트라스트를 적절히 보완해주었다. 따지고 보면 여러 종류의 필름을 촬영하는 렌즈에 따라 궁합에 맞춰 고르던 그 당시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필름 유저의 전성기가 아니었나 싶다. 그때만은 못하겠지만, 최근의 코닥 등 필름메이커의 내로라하는 필름들이 재발매 된다는 소식이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 노스텔지아를 기록하는 순간

Nikon SP / Nikkor-N.C 5cm F1.1 / Kodak Tmax 100

 

 필름을 사용하는 촬영자의 입장에서F/1.1이라는 조리개는 ‘안도감’이라는 단어로 치환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어두운 실내에서도 1/60의 셔터스피드를 보장해주는 실로 경이로운 수치다. 60여년전 지구 어디에선가 채굴된 광물로 이루어진 대구경의 렌즈가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분명 최신 디지털 바디의 높은 유효감도나 손떨림 방지 기능이 장착된 전자기기로부터 얻어지는 그것과 다르다. 아마도 태고의 어둠을 한 톨의 불씨로 극복한 인류의 안도 끝에 내뱉어진 긴 날숨과 닮았을 것이다. 

 

  Nikkor-N 5cm F/1.1은 의도한대로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은 렌즈다. 특히 플레어나 글로우를 확인할 수 없는 필름에서의 촬영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이런 연유로 빛이 강한 야외에서는 0.5스탑 정도 언더로 촬영해 물리적인 글로우를 줄이고 보정으로 승부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빛의 위치와 방향, 세기에 따라 좀처럼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 어쩔 때는  고삐 풀린 망아지나 진배없다. 그럼에도 아주 가끔,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이 영롱한 대물렌즈를 통과해 필름면에 명멸할 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노스텔지아를 영원으로 기록해내고 만다. 


  향수는 과거에 대한 동경이자 그리움으로 남을 뿐 다시 돌아갈 수 없다. 다시 재현될 수 없는 이 노스텔지아를 담아낸다는 표현이 다소 역설적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렌즈가 그려내는 이미지는 시간에 씻기고 걸러진 끝에 남은 아련한 추억과 맞닿는다. 아마도 이것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순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 렌즈를 집어 들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Nikon SP reissue & Nikkor-N 5cm F1.1 Internal Mount / Nikon SP Cloth shutter & External ver. 

 

 

 

Nikon SP Original BP & Nikkor-N 50mm F1.1 External ver.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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