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 Zeiss Biogon 21mm F4.5의 작업일지입니다. 요즘에는 이렌즈 저렌즈에 '전설의 뭐시기' 이런 수식어를 붙이는데 오늘 보실 렌즈는 정말 광학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 비오곤 21mm 입니다. 이 렌즈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리뷰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흔히 슈나이더의 Super Angulon 21mm F4와도 많이 비교되는데, 광학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비오곤과는 격차가 제법 벌어집니다. 

  

  두 렌즈 모두 작업하면서 내부 구조라던지, 완성도를 비교해보게 되면서 더더욱 Biogon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졌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렌즈를 M 바디에 사용하려면 부착되어 있는 렌즈가드, 거리계연동튜브를 빼는 것으로 부족하고, 경통을 바디에 묶어주는 후옥 테두리까지 갈아내야합니다. Nikon RF에서 편하게 사용하세요ㅋㅋ




비오곤 특유의 돌출되는 렌즈 후옥을 보호하기 위한

렌즈가드를 떼어냅니다. Biogon 21mm F4.5를 들어보면

무게가 상당한데, 거의 모든 부품이 황동으로

빈틈없이 들어차 있습니다. 




렌즈몸통에 경통을 조여주는 리테이닝링을 빼고

측면의 고정 나사를 풀어주면 이렇게 빠져나옵니다.




왠지 스팀펑크스러운 그윽한 컬러의...황동.

우리가 사랑하는 황동입니다;;




하나하나 풀어냅니다. 알로이나 스틸 재질에 비해

무르고 부식에 약한 황동이라 조리개 뒷부분의

렌즈를 빼기 위해 고정되는 링이 안 풀리는

경우가 생각외로 종종 있습니다. 


부식이 일어나면 끼어 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기 때문에

굉장히 골치아픈 상태가 되어버리는...




짜이스 특유의 모듈식 설계로

렌즈군이 경통 안에 적층되어 있습니다.

하나씩 경통에서 빼냅니다.


링을 하나씩 끼워 고정하거나 렌즈뭉치를

직접 스크류방식으로 돌려넣는 라이카나 

다른 메이커의 방식에 비해 조립이 빠르며

무엇보다 광축이 틀어질 염려가 없습니다.


경통안에 렌즈군을 떨어뜨리면

마치 진공상태에서 떨어지는

깃털처럼 서서히 내려갑니다.




네임링을 빼내면 1군의 분리가 가능합니다.




이어서 차례차례 빠져나오는 2,3군




Carl Zeiss Biogon 21mm F4.5는 왠만해서 상당히 훌륭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내부의 경우 심한 헤이즈나

먼지의 유입이 굉장히 적은 편입니다.




헬리코이드 부분은 아주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서

간단한 정비 및 그리스 청소만 하였습니다.


비오곤의 분해도입니다. 아아.




각 렌즈군의 체크. 자칫 보이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면밀히 확인합니다. 나중에 조립하고

보이면 다시 다 빼내야하므로

거의 두배로 시간이 늘어나게 됩니다, 아주 끔찍하죠. 




깨끗하게 정리된 렌즈군의 모습입니다.

코팅의 완성도가 무르익기 시작한 전후 서독의

기술로 내구성이 높습니다.


별도의 하우징이 없이 도색만으로 처리된 슈퍼 앙굴론에

비해 조리개를 양옆으로 배치되어 있는 3군과 4군이

완벽하게 보호되고 있어 내부반사나 플레어

등의 문제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멋진 렌즈를 120만원 정도에

구할 수 있다는 건 분명한 행운입니다.




각 렌즈군이 왼쪽과 같이 블럭처럼 적층됩니다.




클리닝을 완료한 렌즈경통을 조립전 마지막으로 체크합니다.




본체에 경통을 넣고 무한대 초점을 교정한 후

조임링으로 단단하게 조입니다.




블랙홀처럼 매혹적인 비오곤의 자태.

마치 명품 시계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하는군요.




작업 중인 Carl Zeiss Biogon 21mm F4.5들의 모습입니다.


위쪽이 극초기형인 feet 표기 버젼이고

아래 두개는 m 표기 버젼입니다.


렌즈를 경통에 고정하는 나사의 위치와 방식이 약간 다른데,

feet표기 버젼이 후기형에 비해 보기 드문 편입니다.


2007년도에 Nikon S2를 충무로에서 처음 산 뒤

열심히 돈을 모아 샀던 비오곤 21mm라 그런지

뭔가 저는 이 렌즈를 볼 때마다 저 깊이를 알 수 없어

보이는 짙은 보라색의 렌즈를 통해

과거로 회귀되는 듯한 느낌이 있습니다.

(정신과 가봐야할듯)


아무튼 오랜만에 그 시절의 추억에 젖어보았습니다.

중형렌즈부터 CY 마운트에 바디까지....

밀린 작업일지를 올려야 할텐데 이건 뭐

작업자체가 밀려버리니  시간이 없습니다. 


9월 부터는 스케쥴을 조정하여 렌즈 작업기간을 2일~1주일 정도로

단축시키려고 하고 있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ㅎㅎ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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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번 2020.01.07 19:2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안녕하세요 간간히 들러 보고있는데 궁금한 점이 있어서 여쭈어봅니다. 렌즈 조립시 광축은 어떻게 맞추시나요? 콜리메터인지 뭐시긴지 하는 기계를 통해서 맞춰하 한다는 말을 봐왔는데, 조립하고 나서 광축이 안맞으면 어떻하나요?

    • goliathus 2020.01.08 00:2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안녕하세요, 궁금하신점 문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전에 궁금해하셨던 분도 계시고 전체적인 과정을 설명해드려야해서 좀 길어질 것 같습니다 양해바랍니다.

      본래 렌즈의 기울기, 즉 광축을 체크하는 기계는 편심측정기라고 하며 말씀하신 콜리메이터는 렌즈의 무한대 초점과 플렌지백 등을 측정하는 기계로 수직형 오토콜리메이터의 경우 특성을 응용하여 광축의 문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끔 장터에서 수평형 콜리메이터의 사진을 올리고 광축점검을 했다는 경우가 있어서 혼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다루고 있는 렌즈들은 짧게는 10년에서 80년 이상이 지난, 금속으로 제작된 수동초점 렌즈로 이미 출고시점에서 시준기를 통해 라이카나 니콘의 QC를 통과한 렌즈로 오버홀 작업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조립시 실수가 없다면 이 시대의 렌즈들은 경통에 렌즈를 밀어넣을 때 거의 진공상태를 이룰 정도로 딱 맞아들어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러나 작업이 들어오는 거의 모든 렌즈가 이미 클리닝 또는 오버홀로 출하상태의 컨디션을 유지하지 않고 있으며 세월이 지나는 동안 외부충격으로 광축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보아왔습니다. 작업대에 오른 렌즈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느 수준의 서비스를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분해시 각 렌즈군의 각도와 위치, 리테이닝링의 조임 정도를 기록하고 클리닝 후 원래의 위치대로 조립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에 앞서 렌즈가 도착하면 가장 먼저 초점확인 및 해상도 챠트를 촬영하여 체크를 하게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부터 해상력에 문제가 있거나 핀이 맞지 않는 렌즈들은 관심사병으로 분류됩니다ㅎㅎ 물론 대부분 재조립 후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고해상도 모니터와 디지털장비로 광축확인용 챠트 및 초점부를 실시간 확인하면서 렌즈 군의 위치나 각도를 수정하며 광축을 잡아줍니다. (이 과정은 오랜 시간을 통해 수정순서와 나름의 노하우이므로..흠흠) 물론 최종 작업 이후 모든 렌즈는 체크를 하게 되구요, 현재 이러한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작업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본의 칸토카메라 같은 전문수리점의 경우 자체적으로 화상의 특정지점의 콘트라스트를 수치화하여 나타내는 MTF 측정이 가능한 기기를 보유하고 있으나, 일단 쓸만한 시준기의 신품은 개인이 아닌 랩 수준은 되야 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가입니다. 수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경우 렌즈군을 분해하고 다시 정렬하며 수치를 보고 해상도를 높여가는 과정은 동일합니다. 물론 최적의 상태를 수치화하여 체크하면서 작업하기 때문에 작업능률과 정확도가 높은 것은 조금 분하지만, 콜리메이터로 잡은 에칭 타겟을 프로젝터로 거대한 벽면에 쏘아 QC를 체크하던 때와 비교하여 작업실에 편하게 앉아 고화소의 디지털 이미지로 실시간 구석구석의 컨트라스트를 확인하며 작업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혹시 이름에 광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면 죄송합니다. 역시 여러모로 아직은 좀 많이 과분한 별명입니다. 우리나라도 훗날 일본의 칸토나 미야자키를 넘어서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원스탑으로 소화할 수 있는 전문수리점이 생기길 바라는 사진동료들이 지어준 이름이라 부끄럽지만 의미있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머리 식히실 때 종종 놀러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비번 2020.01.09 04:46  address  modify / delete

      허술한 질문에 자세히 답변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제가 수동렌즈를 몇몇 사용하면서 광축이 틀어진 경우가 적지않게 있었는데 수입사나 중고샵에서 수동렌즈는 광축이 틀어질 수가 없다라거나 그 단어자체가 생소하다는 듯이 반응하는걸 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제가 직접 수리를 맡기고 싶어도 전용 기기를 갖춘곳이 일본뿐이라는 말을 듣고 좀 힘이 빠지더라구요. 이것때문에 기분좋게 산 렌즈도 정이 확 떨어지고 스트레스만 받는거같아서 내가 너무 예민한가보다 하고 요즘은 딱봐도 해상력이 다른게 아닌이상 최대한 무시하고있습니다.
      그러다 이 사이트에서 듣도보도 못한 렌즈들이 잔뜩나오고, 조리개날까지 하나하나 분해하시는걸 보고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하던 중 문득 광축을 잡는것이 궁금해져서 질문드린 것입니다. 답변에서 광축을 보통 신경쓰시는게 아니라는게 느껴지고 고유의 해결법도 가지고 계신 것 같아 놀랐습니다. 한국에도 이렇게 섬세하게 신경쓰시는 분이 계시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작업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가며 포스팅하는것도 보통일이 아닐텐데 여러모로 감탄할 수밖에 없네요.

    • goliathus 2020.01.10 13:47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손을 많이 탄 렌즈의 경우 그렇게 느끼셨을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SLR용 렌즈의 시대로 넘어오면서 가볍고 변형되기 쉬운 재질의 경통을 쓰거나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고, 실제로 광축이 틀어져 원래의 컨디션이 회복이 안되는 경우의 렌즈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말씀드린 것 처럼 경통에 타이트하게 입봉되어있기 때문에 렌즈를 수직으로 천천히 꺼내거나 넣지 않으면 점점 금속면의 마찰 등으로 표면에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섬세히 신경 쓰지 않으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또 라이카나 짜이스의 몇몇 렌즈들은 광학부의 일부가 경통에 피트되지 않고 분해조립시 작업자에 의해 나사를 돌려가며 광축을 잡아줘야하거나 대안렌즈의 회전각도에 따라 해상도가 다른 렌즈들도 있습니다. 이런 렌즈들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작업비용도 다르게 책정되구요, 또한 현행 DSLR이나 미러리스 렌즈들은 내부소재로 강화플라스틱을 더 많이 사용하고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광축과 핀을 잡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부충격에 더 약할 수 밖에 없는 편입니다.

      실생활에서 느껴지는 정도의 경우가 아니라면 아주 미세하게 틀어진 렌즈들은 수직수평을 정확히 맞춘 테스트환경이 아닌 일반적인 촬영에서는 체감하기 힘든 편인데 굉장히 날카로운 눈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비번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더욱 긴장하고 작업할 수 밖에 없게 만들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



Photo courtesy of Ebay seller intern31

상아색 Contax ii의 경매는 이베이에서 아마도 최근 벌어졌던 경매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경매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 상아색의 아름다운 콘탁스 ii 바디는 저도 처음 보고 이게 왠 해괴한 리페인팅 장난질인가 싶었는데요ㅎㅎ 도색의 상태라던지, 쉽게 제작할 수 없는 에버레디케이스와 세월의 떼가 묻어나는 바디 상태에서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그리고는 마음에 점점 쏙 들기 시작해서 비딩을 여러번 넣었습니다...

EUR 1,800 까지는 하이스트비더였다가 종료 3초를 남기고 EUR 2,350 까지 뛰더군요ㅎㅎㅎ(차라리 잘되었;;)

달러로는 $2,675 라는 Contax ii로써는 엄청난 가격인데요, 그래서 검색을 좀 해봤습니다. 



Photo courtesy of www.liveauctioneers.com



위 사진은 희귀한 아이템들이 많이 올라오는 라이브옥셔니어의 사진입니다.

 

상아색 도장과 리자드스킨으로 마감된 Contax ii 는 

대략 30개체만이 생산된 물건이라고 전해집니다. 


Contax ii는 예나의 칼 자이스 공장과 드레스덴의 자이스 이콘 2개소에서

제작되고 있었는데, 사진의 상아색 콘탁스는 독일 패전 후 드레스덴의 광학제조시설이 

러시아 키예브로 분해되어 이전되던 과도기 때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악세서리 슈에 로고와 시리얼이 박힌 버젼과 Contax 각인이 없는 No name Contax

개체들이 함께 제작되었는데 이 둘 역시 개체수가 적은 편으로(각각 2,000~2,500, 300~500개)

상아색 콘탁스는 현재까지 확인된 시리얼 번호로 미루어 볼 때 약 60개 정도만 제작 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확인된 시리얼은 Nr. 27917 ~ 27981.


이 물건, 정말 실제로 한번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네요.

저 크림색의 두터운 락카칠의 느낌이 어떨지, 리자드스킨의 질감은 또 어떤 감촉일지...

Contax iia의 미려한 아름다움에 다소 투박한 Contax ii 바디는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었는데, 이건 정말 멋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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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EastRain 2016.04.29 10:21 신고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오, 정말 색이 독특하네! 렌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