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ns Repair & CLA] W-Nikkor C 3.5cm F1.8의 분해 수리

  사진을 제외하고는 참으로 오랜만의 포스팅이라 면목이 없습니다. 사실 포스팅할 거리들은 항상 모아놓고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전부 스킵해놓고 있습니다. 이러다 블로그 사망신고 하겠다 싶어서 오늘은 이거 올리고 눕겠습니다. 오늘은 라이카 유저분들도 인정하시는 W-Nikkor C 3.5cm f1.8 렌즈의 분해 및 수리에 관한 포스팅을 올려드립니다. 보통 올드렌즈의 단점을 커버하기 위한 수식어로 '개방에선 부드럽고 조이면 날카롭다.' 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요, 다른 것들은 다 가짜라고 보시면 됩니다. 개방에서 부드러운 렌즈는 거의 다 그렇지만 이 렌즈는 개방에서 날카로움이 살아있습니다. 대부분 글로우와 묘사력이 함께 번지는데, 이 렌즈는 글로우가 실크처럼 걸리면서 해상력은 날카롭게 살아있는 그런 렌즈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눈썰미 있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최대개방에서 조리개날이 F2 정도로 조여진 상태에서 수리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런 상태의 물건을 어떻게 구하셨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세월의 흔적으로 자잘한 먼지들도 보입니다.

 

경통부와 광학계의 상태를 보면 $1200 정도에 구할 수 있는 물건입니다.

동급의 묘사력을 가진 라이카 렌즈에 비하면 1/2~1/3에 불과한 가격인데

이종교배를 통해 진가가 알려지면서 최근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예전에는 $900 정도면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었죠ㅠ

 

 



 

 Nikon SP 2005에 포함되어 있는 W-Nikkor C 3.5cm F1.8과의 비교입니다.

복각버젼은 최후기형인 올블랙 모델을 기반하여 제작되어 필터링이 검습니다.

 

니콘의 블랙렌즈들은 크롬 부품을 적절히 사용해서 블랙, 크롬 바디

어디든 잘 어울리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개방 된 상태와 차이점이 잘 드러나는 사진입니다.

 





먼저 경통을 분해합니다. 내부에 가득한 먼지들을 제거합니다.조리개를 움직이다보면 언젠가 들어갈 수도 있는 요소들이죠 ㅎㅎ




분리된 조리개 뭉치와 중간 렌즈군의 모습입니다.W-Nikkor C 3.5cm F1.8은 광학계가 타이트하게 설계되어 전용공구 없이는 중간렌즈군을 분리해내기가 쉽지 않습니다.반드시 주의가 필요한 부분입니다.




조리개링 부분의 기름때를 닦아내고 적당한 텐션을 유지하도록 

점도가 있는 그리스를 발라줍니다.

 

 

 


복각버젼과의 부품 비교입니다.

내부 반사를 줄이기 위해 조리개 뭉치의 부품도 블랙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조리개 날의 고정쇠 위치가 끝까지 도달되어 있지 않습니다.

 

수리 초기에는 단순히 조리개 링의 위치 문제로 인해 최대개방이 되지 않는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모든 부품이 정위치 임에도 불구하고 더이상 열리지가 않습니다.

 

 

 



결국 조리개날을 전부 드러냈습니다.

마지막 1-2개의 날을 사이로 끼워 넣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라 왠만하면

피하고 싶은 일입니다.  수리소에서도 워낙에 성가신 부분이라 유막제거는괜찮다고 잘 손대지 않으려는 부분입니다. 
요즘은 조리개날에 유막이 있는 이유가 녹이 슬지 않게 하기 위해일부러 

발라 놓은 것이라는 소리가 전해지는데, 그냥 핑계입니다.

렌즈와 가깝게는 1m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조리개날에 공학의

게르만과 집요한 일본인들이 그런 위험 천만한 일을 벌일리 없죠.

 

아무튼 조리개날 조립은 그만큼 정신건강과육체건강을 

모두 앗아가는 부분입니다.


 

 

 


유막이 늘러붙으면 대구경 렌즈 같은 경우 날이 견디지 못하고조작시 엉켜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조리개날은 강도가 높고 

탄성이 뛰어난 탄소강을 사용하며, 러시아 렌즈 중에는 녹을 막기 위해

푸른 빛의 불소코팅을 하기도 합니다. 

 

일간에는 조리개날이 황동으로 되어있다는 말도 전해지는데

무코팅 렌즈가 형석으로 만들어졌다라는 말처럼
올드렌즈에 대한 환상이 만들어낸 신기루일 뿐입니다.

 

광학에 정통한 LHSA 회원분에 따르면 형석은 매우 물러 그 자체로는 광학재료로

사용할 수 없으며, 단지 소량이 첨가될 따름이라고 합니다.

 



 


조리개날을 재정렬하여 다시 교정했습니다.링의 위치와 빠지지 않도록 고정해주는 나사의 위치도 원래 위치를 잡아 고정해줍니다.
전과 후의 비교. 이제 모두 열리는군요.



 



경통에 전옥부를 끼워 넣습니다. 60년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사용감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경통의 상태가 좋습니다.






 

 

 

렌즈의 헬리코이드부와 경통을 잡아주는 결속링을 조심조심 끼워 넣습니다.렌즈를 지나 깊은 곳까지 돌려 넣을 때는 주의하지 않으면한번의 실수로 렌즈를 긁어먹을 수 있습니다. ㄷㄷ
내부 클리닝도 함께 진행하여 보다 깨끗하진 광학계로 완성되었습니다.

 

 

 



조립이 완료된 두 렌즈의 모습입니다.

보기싫게 튀어나와있던 조리개날이 이제야 보이지 않네요.

속이 다 시원합니다.

 

최근 W-Nikkor 3.5cm F1.8 라이카의 명렌즈로 불리우는 6군 8매와 비견되는

렌즈로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사실 최근에 Leica M4를 들였습니다.차차 소개해드리겠지만, 막상 라이카 왔는데 제가 가지고 있는 니콘 렌즈군에 비등한 렌즈로 맞추려면 가격이 두배이상 뛰더군요.

 

그러자면 조리개를 낮춰야하는데, 아직 하수라 보케도 중요해서...

2.8 짜리 렌즈를 백몇십만원 주고 사자니 동급인 Biogon 35mm f2.8도 

1/3 가격이면 쓸 수 있고...최소 35룩스는 가야 의미가 있을 듯 싶습니다.

 

 뭐 아무튼 

W-Nikkor 3.5cm F1.8

 때문에 Nikon RF를 들이시는 분들도늘고 있고 니콘 유저분들이 점점 늘고 있어 요즘엔 재미있습니다.

이제 더이상 외롭지 않네요 ㅋ


 

 


 

수리 및 클리닝을 위한 렌즈의 분해 조립에 대해 잠깐 말씀드리자면...항간에는 렌즈를 한번 열면 무조건 초점이 안맞는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렌즈 역시 인간의 조립품일 뿐입니다. 

어딘가에서 짠-하고

모태에 잉태되어 완성된 채로 태어난 것이 아니죠. 

(대다수의 렌즈들이 여성조립공에 의해서 조립된 것은 팩트이긴 합니다만ㄷ)

 

때문에 정위치에 정확히, 올바른 

도구를 이용해

조립하면 원상태와 동일한 성능을 나타냅니다.

 

또한 조립의 용이함을 위해서라도 렌즈들이 정위치에

자리잡을 수 밖에 없도록 경통내부가 설계되어 있습니다. 

 

러시아 렌즈들의 핀이 자주 틀어지는 이유가 바로 이런 가이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돌리다가 적당한 위치에서 나사로 고정시켜야하기

때문에 제대로 재조립 하지 않은 렌즈는 골치가 아픕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까지도 정확하게 조립하거나 열리지 않는 것을 분해해내는능력, 사라진 부품을 만들어 제 성능을 낼 수 있게 만드는 것은역시 작업자의 숙련도에 

좌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충무로의 수리점 원장님들을 동경하고 박카스 한병이라도 가지고 가서

의뢰하는 이유도 바로 이런 기술과 숙련도에 대한 리스펙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보니 엉뚱한 곳 까지 왔네요ㅋㅋ

아무튼 뭐 인간은 위대한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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