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업데이트입니다. 그간 렌즈 클리닝, 핀교정 작업으로 업데이트를 계속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베이를 통해 주문하셨다가 생각보다 상태가 안좋았던 렌즈, 아끼는 렌즈인데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 보내주신 분도 계셨습니다. 라이카 등의 올드렌즈들은 표면 스크래치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내부 먼지, 헤이즈 등은 클리닝을 통해 대부분 해상력 및 역광에서의 레지스턴스가 원상복구 됩니다.
숙련된 기술로 렌즈군을 분해, 재조립 하는 경우 광축이나 해상력의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본문에서 한번 살펴보시겠습니다.
오늘 작업은 무려 8월에 진행했던 렌즈입니다.
얼마 전에 사용기를 작성했던 Carl Zeiss Jena Herar 3.5cm F3.5 렌즈입니다.
아시다시피 굉장히 귀한 렌즈로 아마 특수한 목적의 렌즈를 제외하고는
토포곤과 함께 가장 귀하고 고가인, 그리고 매우 적은 수의 생산대수를 가진 렌즈입니다.
가격대는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2,000~$3,000에 형성되어있습니다.
생산대수는 약 500개로 아마 라이카에서 나왔었다면 훨씬 고가에 거래되었을테죠.
설계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있는 구조로 제작된 렌즈라 상당히 흥미로운
결과물과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못보신 분들은 리뷰 한번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Carl Zeiss Jena Herar 3.5cm F3.5 리뷰
먼저 렌즈를 열기 전에 꼼꼼히 상태를 체크해봅니다.
헤이즈의 위치나 곰팡이의 유무, 또 있다면 몇군의 몇매에 있는지
확실하게 확인합니다. 물론 렌즈의 구조도를 먼저 보고 분해가 어떻게
진행될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Herar는 2군의 렌즈 구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조리개날을 사이로 마주보고 있는
2매의 렌즈 클리닝을 필요로 합니다. 매크로 렌즈로 확인해보니 양쪽 다 헤이즈를
지니고 있는 것이 확인되죠. 사실 헤이즈는 1930년대에 출시된 올드렌즈라면
대부분 약하게 혹은 강하게 지니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위의 사진처럼 심한 경우에는 결과물에 영향이 있기 마련입니다.
사실 이정도의 헤이즈도 빛에 비추기 전에는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쓰고 있는 안경에 지문이 제법 묻은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습니다.
단지 우리는 렌즈를 통해 매일 세상을 보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르는 것이죠.
그런데 또 나름 이 헤이즈가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빛이 강하게 떨어지는 곳에 글로우가 부각되면서 신비한 분위기(소위 '영혼있는')를
자아내기 때문인데요, 이것을 닦아내고 말고는 역시 사용자의 선택이겠죠? : )
헬리코이드가 있는 경통과 렌즈뭉치가 분리된 모습입니다.
전전형 비오곤 등 대부분의 전전형 짜이스 렌즈들이 이런 구성을 하고 있습니다.
전후형으로 가면 조립 방식과 구조가 좀 달라집니다.
이부분은 전후형 비오곤의 클리닝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구요..
오래된 그리스를 닦아냅니다. 이 그리스도 렌즈 제조국가별로 점도와 재질이 모두 다릅니다.
제일 작업하기 싫은 오일을 쓰는 국가는 역시 러시아입니다;;;
정말 안 닦이고 찝찝하죠, 마치 송진을 만진 기분처럼 끔찍합니다.
게다가 부품이 얇고 강도가 약해서 조리개 링 같은 경우 금이 가는 현상도 자주 발생합니다.
쥬피터에 문제가 있다면...멀쩡한 것을 다시 사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ㄷㄷ
그리스를 닦아내고 깨끗히 정비된 조리개링과 렌즈뭉치의 모습.
오래된 그리스는 온도에 따라 성질이 변하여 겨울에는 굳어버리거나
굉장히 점성이 높아지는데 이럴 경우 힘을 주면 조리개링과
조리개를 연결해주는 나사가 파손되거나 링 밑으로 나사가
밀려들어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쥬피터ㄷㄷㄷ
렌즈뭉치에서 렌즈를 단단하게 조여주고 있는 리테이닝 링을 분리합니다.
링을 분리하면 경통에 자리잡고 있는 렌즈를 조심스럽게 빼냅니다.
후옥의 2군 렌즈가 탈거되었습니다.
조리개링이 보이죠, 뒤집어서 대물렌즈 쪽도 분리합니다.
분리 전 렌즈의 상태를 확인하고 어떤 용제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고 클리닝을 시작합니다. 절반 정도 닦아내고 인증샷.
차이가 어마어마합니다 ㅎㅎㅎ
대물렌즈의 클리닝이 끝난 모습입니다.
자, 오른쪽 사진을 보시면 렌즈가 렌즈뭉치 안에 완전히 들어가 있는게
보이실 겁니다. 이 부분은 아주 타이트하기 때문에 움직임이 전혀
생길 수 없는 부분입니다. 렌즈의 가공 및 조립기술이 지금도 상당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니만큼 1930년대에도 독일을 위시한 유럽의
일부 국가만이 완벽에 가까운 완성품을 제작했었습니다.
영국조차도 렌즈는 런던에서, 경통부는 스코틀랜드에서
제작해서 합을 맞춰야 했을 정도였으니까요.
당시 렌즈의 조립 라인에서도 생산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사진처럼 이미 렌즈의 모듈화가 진행되었던
상태였습니다. 렌즈는 도넛모양의 렌즈 고정링에 이미
움직일 수 없게 고정이 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정말 감이 없거나 똥손이 아닌 이상
조립에서 공차가 발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나 현대 SLR용 렌즈들 처럼 복잡한 구성 및 일부 플라스틱으로
고정되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가 조립한다면 더더욱
조립과정에서 광축이 틀어질 일이 없습니다.
클리닝을 마친 헤아어(독일식 본토발음이라고..유학파 지인께서 바로잡아주셨습니다.
저도 헤라는 아닌 거 같았지만...음 검색어에 걸리려면 헤라가 좋은데 ㅠㅠ)
비오곤과의 비교입니다.
한스탑이 채 되지 않는 차이인데 알의 크기 차이가 상당합니다.
코팅 기술이 없던 시절, 오로지 설계만으로
수차와 난반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결정체.
Carl Zeiss Jena Herar 3.5cm F3.5의 클리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