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팅 형석렌즈에 대한 구전설화.

   '형석, 좋아하세요?'

 


  최근 핀교정 및 클리닝 작업을 마친 짜이스 조나들입니다. 버젼별로 다양하게 모였길래 보내기 전에 기념사진 한장 찍었습니다. 조나는 지금도 제일 많이 작업이 들어오는 렌즈입니다. 전전형 무코팅에서 전전 초기코팅, 전후 T 코팅, 알루미늄경통, 옵톤 조나까지 생산기간이 길었던만큼 종류가 많습니다. 해상력, 보케는 대동소이하나 대체로 후기형-코팅으로 가면서 컬러와 컨트라스트는 아주 좋아지고 개방시 피사체의 빛반사가 심한 면이나 컨트라스트가 심한 경계면에서 색수차와 글로우가 약간씩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코팅 렌즈의 경우 흔히 '형석렌즈'라 하여 '알 자체가 형석으로 만들어졌다' 라는 케묵은 루머가 있는데요, 저도 이게 무척 궁금해서 삽질을 좀 했습니다. 일단 단일 광석만으로 제조가 가능한지가 의심스러웠기 때문에 Zeiss 본사에 이메일도 보내서 당시 렌즈제조법에 대한 자료도 받아보고, 지인께서 LEICA LHSA에 문의해서 '그런건 없다' 라는 소식도 전해들은 바라 오늘은 이거 한번 짚어봅니다. 




  형석(Fluorite, CaF2)은 할로겐 광물로 가열하면 청색의 인광을 발하는 성질에서 이름이 유래되었으며 이에 '반딧불이 螢'자를 사용합니다. 순수한 형석은 무색 투명하지만 어러가지 화합물에 의해 녹색, 청색, 자색 등을 띄고 있습니다. 형석은 높은 투과율과 파장의 분산이 적은 장점을 가지고 있는데, 형석을 사용하면 일반 유리를 이용했을 때 발생하는 색수차를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이를 이용한 광학제품은 이런 잔존 색수차가 적어지고 매우 높은 퀄리티의 화상을 만들어내는데, 코팅 등의 기술이 발달하기 전 오로지 광학설계와 재료만으로 화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한 연구는 1800년대에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Zeiss사의 에른스트 아베(Ernst Abbe)는 광학소재발명의 권위자 오토 쇼트(Otto Schott)와의 기술 제휴로 이러한 형석의 특성을 이용하여 1886년 대물렌즈에 천연 형석이 사용된 현미경을 제작합니다. 그러나 형석은 경도 4로 굉장히 무른 광물로 연마가 어렵고 불순물로 인해 색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대구경 렌즈의 제작은 불가능했습니다. 당시 짜이스에서 사용하기 위한 유리 잉곳(Ingot)의 제작을 위한 특수도가니는 Schott사에서 담당하고 있었는데 약 1000개의 도가니는 개당 2톤의 유리원료를 담을 수 있었습니다. 이 도가니에는 유리의 원료로 사용되는 기본재료인 규소, 규산염, 규사와 함께 석회, 탄산나트륨 등을 기준으로  투명도를 높이기 위한 붕산, 보레이트, 인산염, 바륨, 납이 들어가고 1500℃의 온도에서 용융이 시작됩니다.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공기방울, '짜이스 버블'이 발생하게 됩니다. 


  버블은 전전, 전후 모든 렌즈에서 보이며 무작위로 렌즈괴를 커팅해서 사용하게되므로, 버블이 많은 부분도,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버블이 너무 많은 부분이나 크랙이 간 부분 등 잉곳의 상당부분이 제외됩니다. 이는 수율과 관계되는 부분으로 CCD의 불량화소 쯤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버블이 광학유리의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부분은 거의 0에 수렴하므로 이정도가 화질에 영향을 미치거나 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하지만 버블이 많은 렌즈가 화질이 좋다라는 말은 사실과 무근하겠죠.




 광학 3대 성인 ㄷ

 

  

다시 용융 전 과정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이 렌즈 믹스쳐를 용융시키는 과정에서 수차를 줄이기 위한 형석이 소량 들어가게 되는데, 형석은 앞서 말한 것 처럼 가공이나 열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으므로 이 부분이 국내에서 와전되어 '100% 형석렌즈', '형석 원석 렌즈'로 전해지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런 '전설'은 라이카, 짜이스 올드렌즈 팬이 많은 일본에서 전해지기 마련인데 일본에서도 형석 조나, 형석 무코팅 렌즈라는 명칭 자체가 없는 것을 보면 국내에서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를 위한 어설픈 마케팅 측면에서 만들어진 촌극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하튼 글의 포인트는 '자연계의 형석 원석만으로 제작된 상용렌즈는 없다.' 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집착은 참으로 대단해서 이후에도 인공으로 형석 결정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됩니다. 1964년 산업용 전자회로 제작을 위한 고해상도 Ultra Micro-Nikkor 29.5mm f/1.2의 렌즈 후옥에 인공형석을 사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1969년 캐논에서 최초로 인공형석을 2매 사용하여 수차를 비약적으로 보정한 Canon FL-F300mm F5.6 렌즈가 발매되기에 이릅니다.




 Canon FL-F300mm F5.6 / Nikon Ultra Micro-Nikkor 29.5mm f/1.2




  오늘은 형석 렌즈에 대한 정보를 좀 살펴보았습니다. 잘못된 정보나 사실 무근한 카더라 통신은 바로 잡는 것이 이 블로그이 취지이기도 합니다. 사실 사진(=장비)질 하면서 잘못된 정보나 편견 등에 대한 내용을 많이 겪어본 탓에 전부터 쉬이 지나칠 수 없었던 부분이라 포스팅 생각만 하고 있다가 드디어 올렸네요. 역시 글쓰는게 세상에서 제일 힘듭니다. 머리라도 좀 핑핑 돌아가면 좋으련만. 아, 커피나 한잔 해야겠습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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