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연이은(그리고 보기드문) 라이카 망원 렌즈의 작업기가 계속되게 되었습니다. 라이카의 본격적인 망원렌즈라 할 수 있는 Summicron 90mm F2의 역사는 1957년 시작되어 비조플렉스의 사용이 가능한 5군 6매의 1, 2세대와 4군 5매의 소형화 된 3세대(1980), 그리고 오늘 소개할 APO-SUMMICRON-M 90mm F2 ASPH 까지 총 4개의 버젼이 존재합니다.
현형렌즈로써는 보기 드물게 5군 5매의 간략한 구성을 하고 있는 4세대 주미크론 90mm는 렌즈 매수를 줄여 경량화와 함께 렌즈 표면에서 일어나는 난반사를 최소화 하고 투과율을 높임과 동시에 매수가 적은 렌즈의 특성인 잔존수차는 APO렌즈와 비구면렌즈를 아낌없이 이용하여 전례없이 뛰어난 화질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내부에 있는 미세먼지들과 후옥 쪽에 찍힘 비슷한 흔적이 보입니다.
시리얼은 거의 최후기이며 수리를 위해 열고 닫은 흔적이 없는 신품이나
다름없는 렌즈이지만, 공장 조립시 남은 일부 흔적 등과 사용 중
내부 부품의 이동 등으로 렌즈면에 떨어지거나 유입된
페인트 가루 등이 원인입니다.
이러한 흔적은 망원렌즈일수록 많아 보이는데 무엇보다
소형인 광각 렌즈에 비해 알이 크고 내부 공간이 넓기 때문에
확률적으로도 조립시 떨어지거나 유입되는 먼지 등이 많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알이 크고 돋보기 처럼 확대되어 눈에 더 잘 띄기도 하죠.
마운트를 벗겨내면 2차 시밍링이 나타납니다.
망원렌즈는 크고 아름답...아니 커서 비교적 구조를
간단하게도 만들 수 있는데, 이 렌즈는 경량화와 외부적으로
나사가 드러나지 않도록 설계에 많은 고민을 한 흔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덕분에 분해-조립에 상당한 시간과 정성이 소요됩니다...
2차 시밍링이 있는 이유는 아래에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이중상연동부에 제조년월이 표기되어있습니다.
2017년 생산분이니 정말 최후기 시리얼이네요ㄷㄷㄷ
라이카의 렌즈는 생산 및 조립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수작업으로 조립되기 때문에 여전히 일정량을
한시적으로 100개 미만에서 2000개 정도의 개체를
수요에 따라 소량 생산하는 배치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현행렌즈 답게 굉장히 꼼꼼하고 단단하게 조립이 되어있습니다.
양파도 아니고 까도까도 계속 분해할 부분이 ㅠ
계속해서 전면부를 분해합니다.
내장 방식의 후드는 보시는 것처럼 가드부분에 수지부품을
사용하여 완벽한 조작감을 완성합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았는데 렌즈 경통도 계속해서 분해작업이 필요합니다.
외적인 아름다움과 조립의 편의성을 위해 고심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입니다.
작업대가 점점 좁아지고 있습니다;;
부품이 많은 것과 조립 편의성은 다른 성격인데, 부품이 많아도 쉽게
조리개 눈금의 위치나 체크 포인트를 확인하며 신속하게 작업할 수
있다면 조립 편의성이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올드렌즈들은 헬리코이드가 들어가는 위치라던지,
경통의 위치에 따라 변하는 조리개 표시 등에 대한 가이드가 없는
경우가 많고 일일히 맞추면서 작업해야했다면, 현대의 렌즈들은
부품의 정위치가 바뀌지 않도록 설계되어 순차적으로 조립해
나간다면 큰 어려움 없이 조립이 가능한 면도 있습니다.
조리개링을 분리합니다.
헬리코이드를 제거하자 드디어 광학부만 남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조리개링 바로 뒤에 위치한 1차 시밍링입니다.
렌즈의 조립과정이 워낙 길어 이 단계에서 시밍을 하고
조립할 경우 다시 여기까지 분해해야하므로 1차 시밍은 이쪽에서하고
보다 정밀한 마지막 시밍은 마운트 바로 뒷 부분에서 행하고 있네요.
이제, 렌즈 알을 하나씩 드러냅니다.
바깥 경통을 잡아주는 황동링이 보입니다.
이부분은 보통 경통에 통짜로 고정되는 형식인데
렌즈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고정부위만 두께를 준 것으로 보입니다.
덕분에 라이카 유저들은 고성능의 망원 렌즈를
660g의 무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다 라빠 될 지경...)
2군과 3군 렌즈의 사진입니다.
뒷쪽의 두꺼운 3군 렌즈의 전면부가 바로 비구면설계입니다.
조리개뭉치를 고정하는 링은 과거의 방식과 동일합니다.
클리닝 작업 전 각 렌즈의 상태를 체크합니다.
헬리코이드는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분해하지 않았음에도 역대급이네요 ㄷㄷㄷ
왠지 이대로 본드 붙여서 박제로 만들고 싶어지는군요.
1, 2, 3군의 클리닝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4, 5군의 클리닝 작업 후 조립을 준비합니다.
1군 렌즈의 조립 전 황동링을 끼워 렌즈 하우징 조립도 준비합니다.
헬리코이드 및 작동부를 점검합니다.
렌즈의 회전에는 적당한 텐션이 걸려있으므로
사용하면서 바깥으로 흘러나온 윤활유를 정리해줍니다.
이미 넘쳐나온 윤활유를 닦아주면 간혹 여름철 야외나 차량 내부에서
고온으로 윤활유가 흘러 렌즈면에 유입되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단 부식이나 고착 등을 막기 위해 마운트부에 존재하는
점성이 낮은 윤활유는 일부 남겨놓도록 합니다.
정위치를 잡아준 뒤 베이요넷 결합부를 마지막으로
세트하면 드디어 작업이 끝, 포스팅도 끝!! ㅠㅠ
보신 것처럼 부품이 굉장히 많아 조립에 매우 신경쓰지 않으면
특히나 심도가 얕은 망원의 경우 약간씩의 공차가 쌓여
종국에는 핀이 안맞는 경우가 생길 수 있으므로
모든 부품의 조립과 나사를 조이는 순간순간 주의 또 주의합니다.
아아...뛰어들고 싶은 90 아포크론의 대물렌즈입니다.
.
.
.
그러면 즉사하겠죠 ㄷ
LEICA M10-D / APO-Summicron-M 90mm f2 ASPH
간만에 유난히 긴 작업기였습니다.
완성된 렌즈를 보고 있자니 그 흔한 나사하나 보이지 않는
아름다운 경통에서 디자인의 정수가 느껴지지만
음 다시 작업하고 싶지는 않은 이 미묘한 감정선은 대체.
사실 포커싱만 주의 깊게 한다면 저는 망원단의 렌즈가
RF 카메라의 진짜 숨겨진 장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미러를 고려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SLR 표준렌즈 정도의
사이즈로 고성능과 소형화의 두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데다
작은 카메라와 작은 망원렌즈의 조합은 길거리 스냅과
같은 환경에서도 눈에 띄지 않아 포트레이트나 캔디드에도 매우
유용한 필수 구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치솟은 다른 렌즈들에 비해 망원렌즈는
심지어 중고가격이 여전히 저렴하기까지(비교적ㄷㄷ) 합니다.
어쨋든 라이카 딱지를 달고 있는 한, 그리고 M 디지털 바디에서도
라이브뷰 등의 기능 지원으로 조만간 망원도 가격이 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Nikon SP / Nikkor-S.C 8.5cm F1.5 & LEICA M10-D / APO-Summicron-M 90mm f2 ASPH
...하지만 저는 니코르 망원렌즈가 있기 때문에
아포의 뽐뿌를 이겨내었습니다! ㅜㅜ
당장 이 조합으로 가방 꾸려서 유럽으로
떠나고 싶어지는 요즘 날씨네요, 가을은 망원이죠!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