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kshop of Pain' 카테고리를 신설하였습니다. 작업기 특성상 이미 포스팅 된 렌즈들은 중복되어 올라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작업기 중 난이도나 특별한 이슈가 있었던 작업을 통해 고통의 작업실 소식을 생생하게 전해드리는 그런 코너입니다. ㅎㅎㅎ 본격적으로 렌즈의 문제점을 파헤쳐볼 수 있는 나름 재미있는 포스팅이 될 것 같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Carl Zeiss Sonnar 50mm F1.5입니다. 다들 조나의 결과물을 찬양하는데, 아무리 봐도 결과물이 영 그런 느낌이 없어 원래 조나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렌즈인가 무척 실망하고 계신 상태에서 마지막으로 렌즈 상태를 진단하기 위해 보내주셨습니다. 조나는 아메데오와의 핀문제 발생 등 여러 문제로 자주 작업이 들어오는 렌즈죠.
상태 체크 결과 3장의 렌즈가 접착된 2군의 렌즈에서 흔하게 보이는 포그형 발삼이 다소 심하게 발생한 상태였고 대안렌즈의 후군의 테두리 발삼이 자주 보이지만 이 렌즈에는 없는 상태였습니다. 두 현상 모두 심하지 않은 경우 화질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만, 챠트를 찍어보니 개방초점부가 상이 겹친 듯 흐릿하게 보이는 현상이 있었습니다. 개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글로우 정도의 차이이고 이렇게 상이 한쪽으로 흐르는 듯 보이는 현상은 광축이 틀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경우로 렌즈 군이 일부 교체되었거나 하는 문제가 있을 수 있어 완전한 수리가 힘들 수 있습니다. 렌즈를 잘 체크하고 구매해야하는 이유입니다. 제 경우 택배거래라 하더라도 일주일 정도 결과물을 확인하고 반품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지만 요즘 택배거래는 무반품택배거래인 경우가 많아 구매자가 매우 불리한 상황이라 주의가 필요합니다.
센터에서 흐르는 듯한 상의 겹침이 보이는 결과물.
외관은 상당히 깨끗했지만 분해를 들어가보니
아마츄어가 작업한 듯 후군의 외측림이 이미 많이 손상이 된 상태.
조나의 1, 2군 렌즈를 경통에서 분리하기 위해선 적절한 공구가 필요한데
짜이스는 워낙 저스트하게 렌즈규격을 맞추기 때문입니다.
뽁뽁이로 렌즈가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황동링 주변으로 보이는 상처들을 볼 때
억지로 렌즈를 빼기위한 시도를 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결과 아래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해버리면서
광축의 틀어짐이 일어난 것이죠.
종종 렌즈를 보면 이렇게 무지개 컬러의 띠가 보이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현상은 렌즈 접착면의 어느 지점에서
여러가지 원인을 통해 잡혀있던 응력의 균형이 깨지면서
접착면의 상태에 불균형이 온 것입니다.
무지개형상은 세월에 따른 렌즈, 렌즈를
감싸고 있는 금속하우징의 팽창으로
자연스럽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무지개의 형상이 중심부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발생한 경우 렌즈 자체의 해상력에는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며 정상적인 렌즈와 동일한 결과물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사진과 같이 외부에서 가해진 힘에 의해
하우징의 한쪽 끝이 변형되면서 시작된 경우 상단의 챠트와
같이 렌즈의 광축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하기 때문에
무지개 형상이 보이는 경우 해상력 체크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후옥에 LED를 비추면 무지개띠가
보이지 않기에 확인 할 때는 확인하고자 하는
렌즈의 상단에서 조명을 비추고 렌즈를
이리저리 돌려봐야 확인이 가능합니다.
억지로 분리를 위해 렌즈에 힘이 가해진 경우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올바른 공구와 렌즈의 하우징에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우징이 휜 부분에 역방향으로 힘을 가해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본 개체와 같이 여러 방향에서
가해진 경우 수리가 불가능해 헤이즈와 유막, 핀교정을 하고
다시 돌려보내드리려고 했으나, 정황상 2군 렌즈만 교체되면
정상 렌즈와 동일한 해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체용 부품을 구해
교체를 하기로 하였습니다.
부품용으로 대물렌즈가 파손되고 경통 역시
낙하로 망가진 렌즈를 구해 올바른 방법으로
렌즈를 분리했습니다. 센터의 포그형 발삼도
훨씬 적어 금상첨화네요.
렌즈 교체의 경우 간단하게 가능한
것으로 알고 계신 분들이 많은데, 가장
난이도가 높은 부분 중에 하나로 화질에
이상없이 단시간에 쉽게 교체는 불가능합니다.
광학제품의 허용공차는 0.01mm인데
올드렌즈들의 경우 제작 공차가 제법 큰 편입니다.
특히 생산 기간이 긴 렌즈들의 경우 심지어
렌즈의 직경이나 깊이가 달라 아예 렌즈가
홈에 들어가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운이 좋게 해당렌즈의 배치와 동일한 라인에서
생산된 근접시리얼을 구하더라도 이런 공차들이
여러부분에서 발생하면서 핀이 맞지 않는 현상은
기본이고, 주변부 해상력이나 수차 등의 문제가
발생해버리기 때문에 실제로 렌즈가 교체된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이런 복잡한 과정을 생략하고
단순 교체가 되었다면 분명 결과물에서 문제를 느끼게 됩니다.
렌즈 교체 후 미세조정을 마친 후 차트를 체크해봅니다.
해상력이 온전히 회복된 것을 확인 가능합니다.
주변부 해상력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개체마다 직접 촬영해서 만들어놓은
세대별 조나의 데이터와도 비교해봅니다.
Carl Zeiss 각인의 후기 조나들은 중앙부에서
수차가 많이 발생하는 편인데 이 개체의 경우교체
후 중앙부 수차 역시 CZ각인의 형제 렌즈들보다도 잘
억제되고 있는 좋은 개체임을 확인했습니다.
시간이 꽤나 많이 소요된 작업이었지만
무엇보다 의뢰하신 분께서도 Carl Zeiss Sonnar 50mm F1.5의
성능에 대한 오해를 접으실 수 있어 참 의미있었던 작업이었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