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고통의 작업대 포스팅은 아마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도/성공한 라이카 볼커나이트 추출 및 재부착 과정을 소개합니다. 해외 유수의 콜렉터도 작업과정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후문을 전해드리며...ㄷㄷㄷ
라이카 M3, M2, M4 등 클래식 M 바디들은 볼커나이트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수축이 없고 특유의 쫀쫀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외선에 노출되고 표면의 산화가 일어나면서 볼커의 유연성을 잃어버리게 되고 결국 크랙이 가거나 깨져버리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덕분에 스킨이 레자나 가죽으로 교체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종류의 스킨은 수축으로 인해 벌어지거나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고가의 Original Black Paint 바디나 수집 대상이 되는 시리얼 등의 바디에서 스킨이 교체되면 시세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래서 이 볼커나이트를 이식하는 방법이 없을까 오랜 시간 재질특성을 분석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시도해본 결과 완전히 경화가 이루어진 볼커나이트도 일정시간 부드럽게 변형시켜 스킨을 추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Leica Vulcanite
라이카는 1980 무렵 이전에 생산된 바디들에 대해서 볼커나이트 스킨을 기본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M4-P의 등장과 함께 원가절감과 함께 교체가 쉽고 수명이 긴 인조가죽(레자)을 이용하게 됩니다(한정판이나 a la carte 모델 등 제외). 라이카에 사용된 볼커나이트는 정확히 'Vulcanised Rubber'라는 명칭을 가지고 있으며 고무에 황 등의 첨가제를 넣어 내구성과 경도를 높인 형태의 가교결합체입니다.
여담이지만 Vulcanization(가황)이라는 단어는 로마신화에서 등장하는 불과 단조의 신 'Vulcan'에서 유래하며 동일한 철자를 가진 광물 'Vulcanite'와는 완전히 다른 물질입니다. 가황 반응을 장시간 이루어지게 하여 완전히 경화된 물질인 'Ebonite'가 바로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목재로 알려져있고 귀한 아프리카산 흑단나무 'Ebony'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입니다.
다양한 전처리과정을 통해 M3의 Chassis에서 오리지널
볼커나이트를 부드럽게 만든 후 벗겨내는 과정.
전처리 된 볼커나이트는 일정시간 동안 말랑말랑한
고무 상태를 유지하게 되는데 이때를 이용해
벗겨내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전처리는 물론 열을 가해 벗겨내는 과정에서 접착제와 고무가
타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 냄새가 굉장히 지독합니다.
당연히 몸에도 좋을리 없으니 환기 및 마스크 착용이 필수.
두 대의 폐급 M3에서 적출한 볼커나이트.
볼커 선정시 바디와의 이질감이 없도록 원래 볼커와
최대한 비슷한 상태의 볼커나이트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부에서는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이미 깨지거나
금이 갔던 부분들이 함께 떨어져 나오고
수축이 일어나게 됩니다.
나중에 퍼즐 맞추기하려면 필요하므로 잘 모아둡니다.
수축이 일어나 틈이 보이던 레자 스킨을 간단히 떼어버리고
오리지널 볼커를 배치합니다.
떨어진 볼커 뒤에는 이렇게 접착제가 남아있습니다.
이미 들러붙어 있기 때문에 이를 그라인더로 갈아서 제거해줍니다.
수축이 일어나 볼커의 틈이 보입니다.
맞춰주면서 접착을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뭐....왕도가 없습니다.
그저 차근차근 붙여나갑니다.
반대편도 붙여나갑니다. 붙여가면서 갈라졌던 틈은
잘 메꾸어나갑니다. 떨어져 나와있던 볼커조각들로
퍼즐 맞추기도 같이 진행합니다.
하판에 의해 밀리게 되는 모서리 부분은 백방 떨어져 나가거나
이미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여분의 볼커나이트를
사용해 복원해 나갑니다.
전면부 복원이 끝났습니다.
테두리 쪽이나 디테일한 부분, 광택을 맞춰 주는 작업은
아직 남아있으나 근사하게 드러난 황동과 오래된
볼커나이트의 매칭이 아름답습니다.
이제 필름백 부분의 복원에 들어갑니다.
레자로 제작된 시트가 수축으로 인해 테두리가 뜬 것이
관찰됩니다. 무늬는 무척 비슷하지만 융기한 돌기들의
깊이와 굴곡에서 입체감이 다른 것이 눈에 띕니다.
레자를 떼어내고 부착에 들어갑니다.
뒷판은 평면이고 테두리쪽의 귀도리(라운딩)처리된
부분이 있어 오히려 작업이 어려운 부분입니다.
이제 디테일 부분을 작업합니다.
떨어져 나가거나 깨진 부분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며 작업해 나갑니다.
테두리쪽의 틈을 메꾼 실링제가 바깥부분의 융기된
볼커패턴에 들어가 있는 것이 보입니다. 추후 이 부분은
주변과 맞추어 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부분 부분 약간씩 다른 부분의 광도와 때깔을 맞춰주고
틈을 메꾸고 나면 완료. 전처리 및 볼커나이트 추출에서
부착, 완료까지 거의 3주 정도 소요된 것 같습니다.
레자 스킨이 줄 수 없는 두께감과 그립감, 깊이가
M3 오리지널 블랙페인트의 가치를 다시 한차원 더 높여주었습니다.
Leica M3 BP / Nikkor-S 50mm F1.4 Olympic & Amedeo Black Nickel Version
보람이 큰 작업이긴하지만 당분간은 다시 하고 싶지 않은 작업입니다 ㄷㄷ
최근 작고한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의 소식을 듣고 충분한
수면과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잘 시간에 마시는 커피도 줄여야겠고, 구부정한 자세로 장시간
작업하는 습관도 굉장히 안좋다고 하는데 작업의 난이도에 상관없이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만 작업하는 식으로 바꿔야할 것도 같습니다.
건강에 대한 부분은 중앙 사장님이 항상 말씀하셨던 부분이라
그래도 얼마전부터 간헐적 단식과 간단한 운동은 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건강이 최우선입니다. 좋은 카메라와 렌즈가
아무리 많아봐야 늘그막에 들고 다니면서 사진 한장
찍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너무 일에 매진만 하지 마시고 아무쪼록
가정과 건강을 지키시는 생활 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겠습니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