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 올드렌즈의 이상향, Fujinon 50mm F1.2

 

 다양한 국가에서 생산된 많은 종류의 렌즈들을 테스트해보면서 정비를 마치고 샘플 컷 몇장 만에 '아, 이거다' 싶은 사진을 건지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요, 이번에 그 리스트에 후지논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렌즈는 재력과 기회가 허락한다면 아무 고민도 하지 마시고 손에 넣으세요 ㅎㅎㅎ

 

 촬영할 시간이 많지 않고 워낙 귀한 렌즈라 다양한 이미지를 촬영하지는 못했습니다만, 넓은 아량으로 읽어주시기를 바라며 샘플 이미지 및 렌즈 소개로 2부를 이어나갑니다.

 

 

 

 

 

1934년 Fuji Photo Film. (https://global.fujifilm.com/)

 

 현 후지필름의 전신인 '후지 사진 필름'은 1934년 모기업 Dai-Nippon Celluloid Company 에서 독립하여 필름과 인화지, 건판 등 사진 감광재료를 생산하기 시작한다.후지사진필름은 1948년 자사의 첫 카메라인 Fujica SIX IA 카메라를 발매를 시작으로 광학기기 사업에도 진출하였으며 1950년에는 35mm 판 카메라용 교환렌즈 생산을 시작, 당시 광학 메이커들이 앞다투어 경쟁하고 있던 대구경 고속 렌즈 개발에 뛰어들어 1954년 Fujinon 50mm F1.2 렌즈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50년대 개발된 대구경 렌즈들과 후지논 50mm F1.2의 광고

 

 당시에 발매된 대구경 렌즈들은 다음과 같다. 1953년 후옥이 탁구공처럼 반구에 가까운 형태로 탁구공이라는 별명이 붙여진 Zunow 50mm F1.1 전기형, 1954년 후지논과 같은 해에 세상에 나온 Hexanon 60mm F1.2, 1956년 Nikon의 Nikkor-N 5cm F1.1, Canon 50mm F1.2 차례이며 비구면 렌즈가 사용된 라이카의 Noctilux-M 50mm F1.2는 상당한 시간이 지난 1966년에야 출시되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대구경 렌즈들의 가격은 대체로 생산대수에 비례하는데, 후지논의 경우 단순히 콜렉터 아이템이라기 보다 드물게 성능과 가격이 비례하는 웰메이드 렌즈라고 할 수 있다.  

 

 

Optical design of early large aperture lenses

 

 Fujinon 50mm F1.2 렌즈는 광학구조에 따라 두가지 버젼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실버크롬피니쉬의 4군 9매 전기형, 4군 8매 구성으로 후옥의 두장을 한장으로 변경한 블랙페인트 후기형이며 마운트로 구분할 경우 Nikon S, Contax C 마운트와 라이카 스크류 LTM 마운트의 3종으로 나눌 수 있다.

 

 렌즈의 광학 설계는 구면수차와 색수차를 억제하기에 유리한 대칭형의 가우스 구성을 바탕으로 조리개 기준 전면부에 위치한 렌즈 구성은 2매 접합에서 3매 접합의 조나 타입으로 변경, 후면부의 렌즈는 3매를 하나의 군으로 접합한 뒤 후옥에 한장의 렌즈를 추가함으로 조나 타입의 뛰어난 해상력과 가우스 타입의 장점이 공존하는 하이브리드식 구조를 완성했다. 특히 Fujinon 50mm F1.2는 50년대 초에 개발된 렌즈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억제된 개방 글로우가 특징인데 위와 같은 설계에 더불어 희토류의 신종유리를 대거(6장) 채용하여 차별화를 이루어냈다. 렌즈의 생산대수는 대략 라이카 스크류마운트가 800개 미만, 내수용인 Nikon S 마운트가 50개 정도로 굉장히 귀한 편이다.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LTM

 대구경 렌즈로는 특이하게 무한대잠금 기능을 같이하는 포커싱 탭이 측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조리개 스탑은 스프링과 베어링을 활용하여 당시 철판을 가공하여 조리개를 끊어주는 방식의 타 제조사와 차별화를 두고 있다. 위와 같은 고급사양의 설계로 라이카와 동등한 조작감을 제공한다. 조리개날은 스틸소재의 두께감이 있어 조작시 엉키거나 할 위험은 없는 편이다. 코팅은 웜톤의 앰버 컬러로 초기 코팅임에도 튼튼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8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Leica M10-D / Fujinon 50mm F1.2 @F1.2

 

 

 

 최신의 설계와 합성소재로 깎고 다듬어 성형된 현행의 광학계가 주는 이미지는 너무나 완벽하다가도 어딘가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개방촬영을 즐겨하는 나는 주로 현대의 렌즈에서 나타나는 색수차를 꺼리는 편인데, 다른 펙터들과 달리 내 눈에서는 볼 수 없는 이질적인 현상이라 그렇다. 한 때  Summliux-M 35mm F1.4 FLE가 아닌 Summilux-M 35mm F1.4 AA를 선택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과거 굴절률을 높이기 위한 기술 대체제가 없던 시절 고성능 올드렌즈들은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가장 원초적이자 효과적인 방법으로 현재 미국도 중국에게 발목이 잡혀있는 희토류 광물들을 아낌없이 사용했는데 Fujinon 50mm F1.2 역시 6장의 렌즈에 굴절률이 높은 란탄을 사용, 색수차나 글로우에 상당히 강한 면모를 보여준다.  

 플레어 억제력 역시 뛰어나다. 올드렌즈들의 샘플 컷을 찍다가 뜻하지 않은 상황에서 플레어가 치고 들어오면 그제서야 역광 테스트 하는 것을 상기하는데(기억력이 좋지 않다), Fujinon 50m F1.2의 경우 그런 상황이 없었다. 이렇듯 후지논 50mm f1.2는 드물게 1950년대에 생산된 대구경 올드렌즈 임에도 불구하고 심도촬영에서 개방까지, 어떤 환경에서든 멀티롤로 활용할 수 있는 렌즈이다.

 자신의 렌즈 성향을 찾는 것은 마치 알라카르테 M 바디를 만드는 것과 같은데, 여러 종류의 렌즈를 경험해보면서 본인이 선호하는 렌즈의 디자인, 배경흐림, 글로우, 플레어, 주변부의 선예도, 왜곡, 컨트라스트, 희귀도 등 수많은 펙터들을 조합하게 되고 이렇게 선별된 렌즈는 사진의 결과물, 또는 취향으로써 나의 개성을 표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Fujinon 50mm F1.2 LTM은 그 많은 특성 중 닳고 닳은 올드렌즈 유저들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이상향이자 신구의 장점만을 뽑아 녹여낸, 표준 대구경 렌즈의 이상향에 부합하는 렌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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