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을 맞아 무언가 특별한 렌즈를 골라야겠다는 생각에 이번에는 드디어 Carl Zeiss Biogon 21mm F4.5 의 차례가 되었습니다. 사실 1월 1일에 신년특집으로 포스팅 하려다 게으름의 압박으로 그만 늦어지고 말았네요;;; 이 렌즈는 제가 2번을 구입했던 렌즈입니다. 그만큼 좋은 렌즈였으나 좋은 렌즈는 목돈이 되기 때문에 무려 두번이나 방출했던 렌즈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한번 내놓으면 잘 들이지 않는 제가 잊지 못하고 2번이나 들였던 Biogon에 대해서 오늘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 )
1. 역사적 배경.
미국의 사진가 마틴 슈나이더는 '사진계에 있어 의학분야의 페니실린 개발과 항공기 역사의 제트엔진의 발명이 기여한 공로에 필적할 수 있는 것이 바로 Zeiss 21mm Biogon 이다' 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Zeiss Biogon 21mm F4.5 렌즈는 1954년 포토키나에서 처음 소개되면서 사진계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습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21mm라는 초광각의 넓은 화각은 사진가들에게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완전하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의 초광각 렌즈들은 대부분 개방 조리개 값이 F5.6-F8 정도로 무척 어두운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Biogon 21mm는 F4.5라는 획기적인 조리개 값을 가지고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2. 렌즈의 설계.
Zeiss사의 Ludwig Bertele 박사에 의해서 개발된 비오곤은 90도의 화각을 갖으며 특징적인 대칭형 구성으로 너무나도 유명합니다. 이미 다들 알고 계시겠지만 이 설계로 인해 렌즈의 후옥이 거의 필름면에 닿을 정도로 튀어나오게 되는데, 이로 인해 렌즈는 극히 적은 왜곡과 강한 컨트라스트를 가지게 됩니다. Biogon의 훌륭한 설계방식은 후대의 Schneider Super Angulon, Nikkor의 Nikkor-O 2.1cm F4 등의 초광각 렌즈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많은 취미사진가들에게 전설의 광각렌즈라고 일컬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3. 렌즈의 조작 및 외형적 특성.
렌즈는 황동과 크롬으로 만들어져 꽤 묵직한 편입니다. 광각렌즈 중엔 가장 무거운 축에 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외형은 길게 튀어나온 렌즈의 뒷부분 덕분에 꽤 인상적입니다. 또한 전체적으로 둥글넓적한 모습에 커다란 대물렌즈 때문에 실제로 카메라에 달아 놓으면 귀여운 느낌도 납니다. 코팅은 다른 Zeiss 렌즈들의 밝은 마젠타 빛과 판이하게 검은색에 가까운 보랏빛입니다. 실제로 앞에 놓고 바라보고 있으면 깊은 렌즈 내부가 보일듯 말듯한 무척 신비로운 느낌의 코팅입니다. 아마 겪어보신 분들은 공감하실거라 생각되네요 ^^;;
조작감 역시 묵직합니다. 개체마다 약간씩 다르겠지만 전반적으로 Zeiss의 광각렌즈들은 초점링에 걸리는 텐션이 높은 편이라 손가락에 힘이 좀 필요합니다. 조리개링은 무단식이면서 부드럽기 때문에 촬영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나 초점링과 바로 붙어 있기 때문에 초점을 돌리다 보면 손가락에 걸려 약간씩 돌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저는 셔터를 누르기 바로 전에 확인하는 습관을 들였던 생각이 나네요.
4. 렌즈의 성능 및 광학적 특성.
Biogon 21mm는 Zeiss의 광각렌즈 중에서도 해상력이 뛰어나기로 유명합니다. 현행 렌즈들과 비교해도 그 샤프한 묘사에 있어서는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장 큰 특징인 왜곡 역시 아주 적기 때문에 주변부라 하더라도 선이 곧게 뻗어 있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비네팅은 자연스러우며 특별히 심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컨트라스트는 보정이 필요없을 정도로 충분히 진하고 컬러 재현력의 경우는 약간 채도가 낮게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이 두가지의 특성으로 인해 색이 튀지않고 차분하면서 깊은 특유의 색감을 보여줍니다. 색감이 진한 슬라이드필름과 쓸 경우 그 효과가 배가 되기 때문에 네가티브보다는 슬라이드로 촬영하시길 적극 권장합니다. 화각이 넓어 플레어가 생길만한 상황에서는 화면에 걸쳐 길게 나타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제 예제사진을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가스캔이 아닌 사진도 있습니다.
Nikon S2/Vista100 (F11,1/250)
Nikon SP/Trebi 100C (F8,1/125)
Nikon S2/E100G (F8,1/250)
Nikon SP/Vista 100 (F5.6,1/500)
Nikon S2/E100G (F5.6,1/30)
Nikon S2/E100G (F8,1/125)
Nikon S2/XP2 400 (F5.6,1/60)
Nikon SP/E100G (F11,1/125)
Nikon SP/E100G(F11,1/500)
5. 바디와의 매칭.
Biogon 21mm는 Nikon 바디들과도 아주 잘 어울리는 렌즈입니다. 특히 SP의 파인더 창 곡선과 렌즈의 크롬경통, 검은 베젤부분이 적절한 간격을 두고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뛰어난 매칭을 보여줍니다.
Nikon S2 / Biogon 21mm F4.5
Nikon S3 / Biogon 21mm F4.5
Nikon SP / Biogon 21mm F4.5
Nikon SP / Biogon 21mm F4.5
6. 마치며.
음, 다 써놓고 나니 또 들이고 싶어지는군요,,,이제는 자신에게서도 뽐뿌를 받는 지경까지 -_-;;; 지금은 CV의 SC 21mm F4 가 21mm 화각의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사실 현대기준의 렌즈성능은 전반적으로 SC 21mm가 앞선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도 두 렌즈를 동시에 써본 일은 없어서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는 어렵네요. SC 21mm가 왜곡은 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어설픈 제 느낌으로 뭉뚱그려 표현하자면 Biogon 21mm는 진중하고 심도있는 작품활동에, SC 21mm는 여행이나 위트있는, 경쾌한 스냅 사진에 어울리는 렌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다시 기회가 된다면 두 렌즈를 꼭 비교해 볼 생각입니다. 그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