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도_6월 24~27일 #2 - 원시의 섬 여서도.








6월 26,27일 2,3일차 / 3박 4일 여서도

여서항 -> 무인등대 -> 섬서부 -> 섬남부 -> 여서초등학교 

2,3일차의 여서도 기행입니다. 이사 덕분에 많이 늦었네요. 역시 게으름은 만병의 근원. ㅎㅎㅎ 이글도 주말에는 시간이 날까 몰라 예약시간에 맞추어 올라가도록 세팅해놓았습니다. 블로그들의 예약기능은 이럴 때 유용하군요 : ) 아무튼 가을에 들어서는 시점에서의 여름기행 시작합니다.










둘째날이 밝았다. 본격적으로 섬을 조사해보기 위해 

등산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마을 어귀에 이정표가 깔끔하게

박혀있어 산행은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일단 길이 난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기다보니 무인등대 옆을 통해 섬의 서쪽으로

가는 길을 타게 되었다.  여서항이 내려다보이는 풍경. 작은 섬임에도 배가 닿는 선착장 부분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상당히 넓은 점이 신기하다.








나무 아래 흑염소가 숨어있다. 섬 같은 경우 염소가 살기 좋아 풀어놓은 

녀석들이 번성해 골칫거리로 전락하는 경우가 꽤 많은데 이 곳은 주인들이 

나무에 묶어놓고 잘 관리하는 것 같았다.









점점 길이 좁아지더니 드디어 방목지로 향하는 길이 나온듯

초라한 철사문이 나타났다. 이때부터 고생길이 열릴 것을

직감했어야 했는데...









30분 정도 거친 수풀을 헤치고 갔을 때였을까, 뒤에서 오던 일행이 소리질렀다.


뭔일인가 싶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풀잎들 끝에 매달려 주린 배를 

움켜잡고 숙주를 기다리던 진드기떼가 바지를 타고 올라오고 있었다.


슬쩍 보아도 한쪽 다리에 20마리는 보였다.

소 방목지인데다 사람들이 숲에 거의 안들어가 우거진 풀숲 

덕에 진드기가 대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어렴풋이 민박집 주인아주머니의 한마디가 그저서야 귓가에 맴돌았다.


'산에 진드기 때문에 못올라갈낀데.'


살인진드기가 유행할 때라 일단 다시 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정하고 하산.









다시 섬의 동쪽 방향 방목지로 이동하기로 했다. 

이곳 역시 산길이 가파르고 인적이 드물어 10m를 전진 하기도

수월치 않았다. 특히나 풀잎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바위들이

많은데다 섬 자체가 습이 많아 여차하면 미끌어지기 일쑤.









함께한 전우들, 정말 전우라 칭하고 싶었다. ㅎㅎ


허리까지 올라온 수풀 때문에 길이 보이지 않을 만큼 잡풀들이 자라나 있다.

나중에 마을 어르신께 안 사실이지만 원래 등산로 제초 작업을 하는데 

최근 4개월 동안 하지 않아 길 찾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하였다.








파노라마 전망, 동쪽 방목지 입구 아래의 너른 

바위에 걸터 앉아 숨을 좀 고른다. 







2004년 겨울 시베리아 땅을 밟을 때 샀던 콜롬비아 등산화.

제법 튼튼하고 발목을 잘 잡아준다. 벌써 10년째네.


 







또 벌에 쏘였다. ㅎㅎㅎ 섬 전체적으로 쌍살벌류가 집을 짓고 있기 

때문에 이번 여행에서 4방인가 쏘였다;;;


벌집 역시 수풀이 많은 돌담등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지나가다 쏘이는 경우가 많다. 아 진짜 대책없이 당하고 말았다.


쌍살벌한테 쏘이기는 처음이었는데, 정말 전광석화처럼 날아와 쏘고 내뺀다.

맨 처음 한방은 볼에 쏘였는데 처음엔 무언가 전속력으로 날아와 부딫힌줄 알았다.


사라진 방향을 보니  나뭇잎 밑에서 구름처럼 벌떼가 이륙하고 있더라. 

그 넘어지기 쉬운 바위 내리막을 초인처럼 쏜살같이 뛰어내려왔다. 

'넘어졌으면 정말 다리가 부러졌을꺼야' 라고 생각했다.

 








정말 산의 반에 반도 못오르고 길이 없어져서 다시 하산길에 올랐다.

이거 뭐 길이 보여야 가지 ㅋㅋ








정겨운 마을로 다시 입성, 제주도처럼 이곳저곳 돌이 쌓여 미로 같은 담을 이룬다. 









마을 중간에 샘이 흐르는데 물이 아주 깨끗하다.

가재도 있고, 재미있는 생물들이 많이 산다. 


대형 닷거미류인 화살농발거미도 야간에 이곳에서 많이 발견되었다.









취수정, 그냥 물을 떠먹기도하고 물을 받아오기도 한다.

다른 낚시꾼 아저씨가 이곳에서 살모사를 발견하셨다고 했다.

벌도, 뱀도 많은 여서도. 여기 대체.. 왜 난...ㅜㅜ








무언가 제주스러운 집 입구.

실제로 날씨 좋은 날은 육안으로 40km 떨어진 제주도가 보인다고 한다. 










어딜가나 팔자 좋은 고양이 녀석들.









다시 찾아온 밤, 여름인데도 바람이 차다.

맥주 한캔 들고 야경이나 좀 찍어볼 요양으로 

터벅터벅 이곳저곳을 돌아다녀본다.








아무래도 여행기에 올리는 사진은 일괄 리사이즈하기 때문에 

한장의 사진으로는 아쉬움이 굉장히 많이 남는다.

여기 두 사진은 라이트룸으로 따로 보정한 것인데 

역시 한장한장 공을 들여야.


블로그를 하다보면 소모적으로 이미지를 처리하게

되는데 이 점은 좀 많이 아쉽다.








아름답던 달빛아래 여서도.










그 와중에 일행에게 잡힌 물고기 한마리. 

낮에도 물안에 굉장히 많이 보이던 물고기였는데,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다음날 아침, 새로 우화한 큰밀잠자리가 조릿대에 붙어있다.

물에서 나와 하늘로 오르기 전, 날개가 마르지 않아 가장 약할 때.


잠자리의 우화는 7살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신비롭다. 

창조의 신비란!









아침상 영접. 역시 섬밥ㅜㅜ










삼치구이에 계란후라이까지. 저 고추무침은 진짜 맛있었다.

야식타임인데 사진을 보니 배가 고파오네, 더위에 지친 터라 

저 냉국은 정말 최고였다!!









마지막날, 방목지의 위치를 민박집 주인아저씨에게 확인했다.

서쪽 노루목 근처에 있을거라 하신다. 


아. 진드기가 달라붙던 그곳이구나.

솔직히 어디 여행가서 생을 다하겠구나 싶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스킨헤드가 돌아다니던 러시아에서도ㅋㅋ


그런데 이곳은 진드기던 발 아래 독사던 낙상이던 솔직히 좀. 

진짜 그럴수도 있겠다 싶었다. ㅎㅎ











드디어 방목지에 도착했다. 아 저 소들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섬에 사는 소들은 하나같이 근육질이다. 주인아저씨가 소들이 살이 안쪄서 

걱정이라고ㅎㅎ 몸무게가 많이 나가야 비싼 값에 팔린텐데 이놈들은 

매일같이 등산이다. 이 곳에서  또 길이 나있는데 그 쪽으로 진행해보기로 했다.









사람이 다니질 않아 온통 거미줄이다. 그와중에 걸려있는 창뿔소똥구리.










크기는 작지만 나름 긴 뿔도 있는 멋진 곤충.









다시 바다가 보인다. 길은 보이는 것처럼 듬성듬성 보이다 만다.

아, 저쪽은 다신 가고 싶지 않은 곳ㅎㅎㅎ








좀 너른 벌판이다 싶으면 여지없이 소가 다닌 길목이다.

창뿔소똥구리는 생긴거 치곤 꽤 정밀하게 방향전환도 하고 호버링도 한다.

보통 풍뎅이류는 날아가다 부딫히기 일쑤인데 이놈은 풀 사이를 요리조리

피하면서 천천히 먹이=똥에 접근한다.








저 멀리 홋개바위가 보인다. 배를 타고 가면 정말 수월하게 도착할 수 있었을 것을.









숨 좀 돌리면서 주변 풍경을 살펴본다. 푹푹찌는 더위에 날도 흐린데 

어선 한척이 시원하게 바닷길을 가르며 지나간다.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까마득.









이곳은 벼농사를 짓던 섬 특유의 다랭이논이 많은데 현재는 사람도 없고

접근성이 떨어져 겨우 그 형태만 유지하고 있다.

 

원형이 보존되고 있었다면 무척 아름다운 풍경이었을텐데 사라져

가는게 아쉬우면서도 그런 상황이 이해가 된다.  









아이폰 파노라마. 홋개바위를 중심으로.










신선한 청정 방목한우의 후레쉬한 배설물에 내려앉은 큰점박이똥풍뎅이.

처음 본 녀석인데 똥풍뎅이 중에 이런 아름다운 녀석이 있나 싶었다. 










이윽고 발견된 뿔소똥구리 암컷.

정말 큼지막 하다. 현재 방목되는 소가 채 10두가 안된다고 하니

다수 번식하고 있는 이 친구들도 서식지가 사라질 걱정에 앞날이 밝진 않다. 


먹고사는 일이 곤충이나 사람이나 비슷하구나.











하산길에는 소를 치는 마을어르신을 따라 쾌속으로 내려왔다.










임무를 완수하고 딱히 할일이 없어져 슬슬 마을 탐사.










마을을 미로처럼 둘러싸고 있는 정겨운 돌담길. 










의도치 않은 조화와 시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










배를 타고 나가셨는지 대부분의 집들은 조용하다.










마을 곳곳에 소소하고 아름다운 풍경들을 찾는 일은 마치 보물찾기 같았다.










마을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폐교를 보러 올라가는 길.









커다란 팽나무 옆에 취수정이 하나 더 있다. 저 돌계단을 지나 

조금만 더 올라가면 드디어 폐교가 된 초등학교가 나타난다.





다녀온지 무려 3달이 지나서야 두번째 파트를 올리게 되었네요, 그동안 이사다 뭐다 정신이 없고 둘째도 곧 태어나게 되어 거의 죽은 블로그처럼 운영되고 있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ㅎㅎㅎ 다음편은 여서도 마지막 편이 되겠네요. 크게 정보가 없는 섬이라 혹시 방문을 하게 되실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조만간 다음편을 준비하겠습니다. 


여서도 다음엔 늦은 휴가로 다녀온, 아이와 함께하는 가을 제주도 여행이 되겠네요. 사실 휴가의 대부분을 아이 스케쥴에 맞추느라 신라호텔 수영장과 에코랜드에서 보냈지만, 가을 제주도 방문은 처음이라 적당한 햇빛과 시원한 날씨에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갈수록 취미사진은 없어지고 가족사진만 늘어나고 있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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