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라스트 리조트, 중앙카메라.


  나는 식사 시간이 애매하게 걸친 늦은 점심에 꼭 충무로에 도착하곤 했는데 가파른 3층의 계단을 오르면 열렸는지 닫혔는지 모를, 꼭 선생님을 닮아 무뚝뚝한 회색 철문을 심호흡을 하고 두드렸다. 계셔도 안계셔도 언제나 대답은 잘 들리지 않아서 별 의미가 없는 행동이긴 했지만 중앙카메라의 첫인상은 왠지 그렇게 예를 갖추고 들어가야할 것 같은 그런 곳이었다. 작업대까지의 실제 거리는 5m가 채 되지 않아보였지만 심리적 거리를 극복하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 이거 맡기러 왔는데요, 다른 곳에서 작업이 안된다고 해서...?" 대화의 어색한 끊김이 만들어내는 빈 공간이 싫어 주절주절 말을 늘어놨다. 다시 정적을 깨고 남기신 한마디. "이거 날이 워낙 커서 이보다 큰걸 구해서 만들려면 기한이 없는데...일단 두고가봐."

 


  'The Last Resort'는 미국의 대법원 'Supreme Court'를 의미하는 복합단어이다. 더이상 상대방이 항소할 수 없는 대법원에서의 판결이기에 라스트 리조트는 흔히 '마지막 해결책, 최후의 수단'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된다.

  

  대구경의 렌즈들이 그렇듯 Nikkor-N.C 5cm F1.1 렌즈는 조리개날의 크기가 워낙 크고 얇기에 유막이 조금만 있거나 너무 빨리 조작해버리면 조리개날이 꼬일 수 있는데 조리개 날 하나가 꼬이면서 부러졌었던 것. 나 역시 세상에 최후의 수단으로 중앙카메라를 찾았고 '몇 달'이 지나고 부러졌던 Nikkor-N.C 5cm F1.1의 조리개는 말끔히 재생되었고 소중한 렌즈는 그렇게 새 삶을 얻었다. 

  

  쑥쓰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나씩 챙겨주시던 박카스, 받아오신다는 약수로 손수 타주시던 맥심 커피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돌려보면 의외로 부드럽게 돌아가던 그 육중한 회색 철문의 손잡이까지도 선생님을 닮은 것 같다.


  





작업불가판정을 받았던 수많은 카메라들을 말끔히

살려주시고 수많은 사진애호가들의 장비를 손봐주시고

아시다시피 5월을 기점으로 김학원 선생님이 운영하시던

중앙카메라가 남대문, 태평로를 거쳐 충무로에서의

영업을 종료하시고 충남 홍성으로 이전하시게 되었습니다.






지난주 토요일 짐을 빼신다고 하시길래

칠순이 다 되신 분이 힘이 어디있으시겠나

싶어 잠시 들렸다 왔습니다.


그런데 선생님 캐비넷도 번쩍번쩍

드시고 기력이 ㅎㄷㄷ


친구분 두분이 도와주신다고 들었는데

같이 사진찍으시는 모임의 후배분들이라고

하셨습니다, 포클 아이디도 있으셨어요.


포클 산적 선배님 영광이었습니다 ㄷㄷㄷ


사진은 쩜오톤은 되어보이던 선반.

수많은 어뎁터와 경통이 이 기계를

통해서 태어났습니다.


이거 내릴 때 벽 뚫을까봐 다 달라붙어서

잡아당겼는데 좀 무서웠습니다.






이날 충무로에서 렌즈 작업 전해드리기로 한

framingdj님과 사진찍는 후배님도 중앙으로

소환되셔서 한참 같이 열일해주시다 가셨습니다. 


저는 정말 중앙에서 뵙자고만 말했을 뿐이예요..흠흠





항상 작업에 쫓기신다며 본인의 시간이

없으시다고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이제 홍성에서의 후반기가

선생님의 라스트리조트가 되시길

바라마지 않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이제 좀 더 여유있게 작업하셔요.





2012. 7. 2 첫째.

Nikon SP / Nikkor-N.C 5cm F1.1 / Kodak Tmax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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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카메라 충무로 있을 때 가봤어?

라떼는 말이야...."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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