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on] Nikkor-O 2.1cm F4
- REVIEWS/Reveiw_Nikon S Lenses
- 2023. 7. 19.
렌즈명: Nikkor-O 2.1cm F4
발매년도: 1959년
렌즈구성: 4군 8매
최단거리: 0.9m
필터지름: 43mm
본체무게: 127g
생산개수: 298 (Factory records)
안녕하세요, 바쁜 나머지 블로그 포스팅을 내팽개친지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났네요. 그간 SNS를 통해 드문드문 작업을 올리긴 했는데 휘발성 강한 컨텐츠, 아니면 말고 식의 잘못된 정보들,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UI, 호들갑스러운 릴스들이 오글거려서(댄스챌린지같은ㄷㄷ) 오래 머물기가 힘들더군요 ㅎㅎ 역시 제 성향은 어두운 작업실에 쳐박혀 검색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나오는 글들이나 쓰는게 좋다는 생각, 그리고 단순작업만 반복하다 보니 머리가 굳어가는 것 같다는 강박에 다시 포스팅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시대에 역행하는 짓이지만 뭐 필름을 쓴다는 것 자체가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ㅎㅎ
그래서 내 작업은 언제 완료되는거냐 대체 이딴 글로 시간 낭비할 셈이냐 하실 분들도 계시겠지만, 잠시나마 유기용제와 헬리코이드에 베인 상처들에서 자유로울 시간을 허락해주신 여러분께 미리 감사드립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렌즈는 실용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Nikon Rangefinder용 렌즈 중 가장 레어하고 소장가치가 높은 렌즈, 바로 Nikkor-O 2.1cm F4 입니다.
1. 대전환기.
아래는 1959년 니콘의 카달로그다. 1959년은 전통의 Nikon RF와 SLR 방식의 카메라로 니콘의 전성기를 신호탄이 된 Nikon F 두 라인이 함께 공존했던 시기로 이후 빠른 속도로 레인지파인더형 카메라의 시기는 저물어 가기 시작했는데, 이 시기에는 몇가지 RF용 렌즈들이 마운트 부분만 재설계하여 F마운트로 함께 출시가 되었다.
그 중 2.1cm F4는 설계상 SLR카메라에서 혼용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초점 연동기구를 삭제하고 후옥만 돌출된 형태로 렌즈하우징이 재설계되어 목측식으로 F마운트에 이식되었고, 10.5cm F4는 원래의 초점거리가 길었기 때문에 마운트부분의 변경을 통해 F마운트에서 사용이 가능하도록 변경되었다. 하지만 미러가 작동할 공간이 필요한 Nikon F 바디에서의 사용을 위해 F마운트용 Nikkor-O 2.1cm F4는 작동범위의 렌즈 일부분이 커팅된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하단 사진 참조)
레인지파인더 시절 개발된 광각렌즈의 컨버젼은 레트로포커스타입의 초광각 렌즈가 개발되기 전까지 이와 같은 형식으로 컨버젼되었었는데 이러한 컨셉은 역시 독일의 광학명가 Carl Zeiss 를 시작으로 1964년 캐논과 라이카에 이르게 된다.
2. 필름면까지의 거리는 7mm.
렌즈의 구성은 4군 8매의 구성으로 조리개를 중심으로 양 쪽의 렌즈 구성은 물론 각 렌즈의 곡률까지도 거의 완벽히 대칭형 구조를 이루고 있다. 대물렌즈 뒤에 1매가 추가 배치된 5군 9매의 비오곤에 비해 F/0.5 정도 밝은 조리개값을 가지며 렌즈의 설계는 Micro-Nikkor 5cm F3.5와 동일한 설계자가 제작하였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가장 좋아하는 렌즈 2개가 같은 제작자에 의해 설계된 렌즈네요)
렌즈의 설계는 위와 같이 2, 3군의 렌즈 구성이 비오곤과 다른 형태로 대칭형 설계의 한계 속에서 최대한 조리개값을 밝게 가지고 가기 위해 고심한 흔적을 볼 수 있고 제로에 가까운 왜곡 억제력을 위해 필름면까지의 거리는 7mm에 불과하다.
3. 니콘 레인지파인더 시스템 디자인의 완성.
초기의 니콘 레인지파인더 카메라들은 공식적으로 생산된 블랙버젼이 없었기 때문에 렌즈들 역시 모두 크롬 도금 마감의 디자인이었다. (이를 임의로 1세대 디자인이라고 칭하겠습니다.) 뒤이어 Nikon S2부터 프레스측의 요청에 의해 배치별로 일정 시리얼에 한정되어 블랙페인트 바디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 시기부터 블랙 페인트 마감이 함께 생산되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니콘은 신의 한수를 두게 된다. 이는 검은색 경통에 크롬도금의 조리개링을 매칭시킴으로써 블랙바디나 실버바디 어느 곳에 마운트해도 렌즈가 어울리도록 디자인했다는 점이다.
니콘은 라이카용 LTM렌즈들도 함께 출시했는데 라이카 유저들 사이에서는 이렇게 블랙과 실버가 혼용된 개체들을 블랙벨트 버젼이라고 칭한다. 이렇게 2세대 디자인의 렌즈들의 조리개링은 자주 조작하는 부분인 만큼 쉬이 페인팅이 마모되어 황동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 부분을 크롬으로 마무리하여 내구성도 가져가려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과도기 시점에서 Nikkor-S.C 5cm F1.4(알루미늄 버젼)나 W-Nikkor 3.5cm F1.8렌즈의 경우 올블랙 버젼이 잠깐 등장하는데 이런 연유에서인지 다시 실버크롬 조리개링으로 바뀌게 되었다. (당시 생산된 올블랙 렌즈들은 굉장히 보기 드문 컬렉터 아이템이며 2005년 복각 버젼의 W-Nikkor 3.5cm F1.8은 이 렌즈를 복각한 것)
니콘은 짜이스 렌즈들과 동일하게 조리개 스탑 표시점이 렌즈 경통 안쪽에 표기되어있었던 1, 2세대 경통 디자인에서 벗어나 3세대의 독자적인 디자인을 가지게 되는데, 흔히 해바라기경통이라 칭하는 널링을 적용한 W-Nikkor 3.5cm F1.8, 후기형 W-Nikkor 3.5cm F2.5, 그리고 조리개링의 재질이 경량의 알로이 합금으로 바뀌는 3세대 최후기형 디자인의 Nikkor-T 10.5cm F4, Nikkor-O 2.1cm F4으로 계보를 정리할 수 있다.
4. 비오곤과 슈퍼앙굴론의 간극에서.
경쟁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Carl zeiss Biogon 21mm F4.5은 개방은 물론, 역광을 비롯한 모든 상황, 화상의 모든 영역에서 시대를 뛰어넘는 화질을 보여주는 놀라운 렌즈이며, 대칭형 설계임에도 현대의 미러리스 카메라에서 마젠타 캐스트와 극주변부 화상의 이지러짐이 당대의 초광각 렌즈들에 비해 상당히 억제 된다는 점에서 이를 반증한다고 할 수 있다. 유일한 단점은 265g에 이르는 무게이지만 아름다운 외관에서 이 단점은 쉽게 잊게 된다.
Super-Angulon 21mm F4는 특유의 묵시록적인 중량감 있는 묘사와 아름다운 외관으로 많은 올드팬들을 가진 렌즈로 이정도 크기에서 가장 적당한 무게감을 주기 때문에 잘 오버홀 된 상태의 슈퍼앙굴론을 만져보면 그 조작감은 잊을 수 없을만큼 좋다. 다만 개방시 역광은 물론 노출 차이가 크지 않은 측사광에서도 화상의 중앙으로 뿌옇게 치고 들어오는 빛번짐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 렌즈를 개방에서 촬영한다면 예상치 못한 결과물에 당황할 수 있으므로 1-2stop 정도 조여 찍는 것이 좋다. 이 현상은 SA 21mm F3.4에서 사라지는데 두 렌즈의 설계 구조를 살펴보면 1군과 4군의 접착된 각 2매 사이의 접착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 최단거리가 0.4m 까지 당겨지는 것은 매우 큰 장점으로 심도와 목측에 능한 사람이라면 창조적인 광각접사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Nikkor-O 2.1cm F4는 위의 두 렌즈 사이 어디쯤의 특성을 갖고 있다. 대칭형 렌즈의 특성을 대표하는 토포곤의 그것과 같이 컨트라스가 강하지 않은 담백한 묘사에 선은 날카롭다. 개방에서는 주변부에서 어느정도 부드러운 묘사로 슈퍼앙굴론처럼 감성적인 표현이 가능하지만 비오곤의 화상 끝까지 칼날 같은 묘사에 근접하려면 F11-16까지 조이는 것이 좋다. 인상적인 점은 F11에서 F22로 조여도 화질의 열화 없이 거의 동일한 결과물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5. 왕좌를 지키기 위한 옥쇄.
Nikkor-O 2.1cm F4 S-mount는 팩토리 레코드 상으로 298개체, 시리얼 레인지로는 약 330개 정도의 리스트만이 보고되어 있는 초레어 아이템, 현재는 이 렌즈 이 중 얼마만큼의 개체가 온전하게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시리얼에 따라 이 렌즈를 소유한 몇명을 특정할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지대하고 끊임없는 관심 속에 애를 끓이던 렌즈였다. 삶의 한 시점에서 지구상에 단 298명에게만 주어진 기회라니. 이베이는 물론 일본의 샵에서도 거의 출현하지 않는 렌즈였기 때문에 막연히 기다릴 수 밖에 없던 차에 우연한 기회로 The Complete Nikon Rangfinder system의 저자이자 저명한 니콘 콜렉터 R. Rotoloni씨에게 연락이 닿아 그가 소장했던 렌즈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결정에는 점점 니콘/콘탁스 콜렉션을 늘려가며 나를 무섭게 추격해 오는 주변 광인들의 역할도 컸다. 라이카 렌즈 닦느라 본업에 소홀했던 것인가, 조만간 왕좌를 뺏기고 말 것 같은 위기감 속에서 나는 옥쇄가 필요했다. 여차저차 마련한 마흔 살의 셀프 선물로 도착한 박스를 뜯어보니 S36 모터드라이브도 함께였다. ㄷ
올드렌즈 수집이라는 것이 단순히 수치나 편의성으만 점철 될 수 없는 것은 이곳까지 흘러와 이 글을 읽는이라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텐데 조금 더 바라는 것은 렌즈의 명성이라는 것에 너무 연연치 않고 다양한 렌즈를 사용해보고 자신만의 길, 자신만의 콜렉션을 개척했으면 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 세트를 구할 가격으로 라이카 렌즈들을 샀다면 그 가치가 배는 더 커졌겠지만 후회는 해본 적이 없다. 불혹을 셀프 기념했던 그날 이후 Rotoloni씨가 보내준 리스트에서 더이상 이것들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Nikon SP Original BP & Nikkor-O 2.1cm F4 / S36 Motordrive System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