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iss] Carl Zeiss Jena Biometar 35mm F2.8

렌즈명: Carl Zeiss Jena Biometar 35mm F2.8

발매년도: 1950년

렌즈구성: 4군 5매

최단거리: 0.9m

필터지름: 43mm

본체무게: 110g

생산개수: 1,614

 

 

202

  일반적으로 콘탁스 레인지파인더의 35mm 렌즈들은 Carl Zeiss Biogon 35mm F2.8를 필두로 개조없이 라이카에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별다른 개조 없이도 어뎁터를 경유하여 라이카 바디에서도 이종교배가 가능한 동독제 칼 짜이스 35mm 렌즈가 존재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Carl Zeiss Jena Biometar 35mm F2.8 렌즈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인지, 이번 리뷰에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제 1회 포토키나.

 

  1950년 5월 6일, 독일의 쾰른에서 사진과 예술, 영화를 아우르는 역사적인 첫번째 포토키나가 개최되었다. 전후 급속히 전개된 독일과 유럽 제조산업분야의 재건과 함께 세계 각국에서 개발된 소형 카메라, 현상기재, 영화촬영장비 등이 소개되었던 1950 포토키나에는 두개의 Zeiss가 각기 다른 부스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전후 분리된 동독의 Carl Zeiss Jena(이하 CZJ)와 서독의 슈투트가르트의 Zeiss-ikon(ZI) 이었다.

 

  서독의 ZI은 기존 Contax ii의 소형화를 통해 금속제 셔터커튼의 리본에 걸리는 스트레스를 줄이고 셔터속도를 1/1250으로 업그레이드한 Contax iia를 전시했는데, 소형화 과정에서 후옥이 수납되는 렌즈챔버가 작아지는 바람에 기존의 베스트셀러였던 CZJ Biogon 35mm F2.8(전전비오곤)는 더이상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를 위해 개발하고 있던 Zeiss-Opton Biogon 35mm F2.8(전후비오곤)의 등장은 아직이었다. 

 

  시기적절하게도 동독의 CZJ는 Contax RF용으로 Biometar 35mm F2.8과 Topogon 25mm F4를 전시했고 각 렌즈는 새로운 광학구조의 개발로 기존 생산단가가 비쌌던 전전형 비오곤을, 개방조리개 수치가 낮고 보다 넓은 화각, 화질의 현대화가 필요했던 Tessar 2.8cm F8을 대체하기 위한 제품이었다. 

 

 

1950 Photokina, CZJ에서 배포된 리플렛, Contax iia에 장착된 Biometar, ii에 장착된 Topogon 25mm F4 초기형

 

 

   종전 후 형성된 냉전체제는 소련 점령하의 동독과 고급광학제품의 수출로 서구세계로의 진출을 꽤하던 서독 간의 물류이동은 물론 인적 자원의 교류까지 급냉시켰고, 이와 더불어 상표권 다툼으로 인한 정치적문제도 복잡한 기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에 실제로 동, 서독의 적극적 교류나 협력에 의한 결과물일 확률은 높지 않았을 것이며 단순히 공통적인 시장의 필요에 의한 수렴진화의 결과로 보기도 한다. 두 회사의 이 의미있는 출품을 '기술적 완성을 위한 밀월 관계의 결실'로 바라본다면 너무 낭만적인 시각일까?

 

 

 

2. Voigtlander 출신의 젊은 렌즈 디자이너, Harry Zöllner.

 

  독일의 패색이 짙어지던 1945년 2월, 연합군은 얄타회담을 통해 전후 독일을 4분할하여 연합군 점령하에 두기로 결정한다. 회담에 의해 같은 해 6월, 광학제조기술의 요람이었던 예나는 러시아 손에 들어갈 운명이었고 이에 서둘러 예나로 진군한 미군은 러시아군 보다 먼저 도착하여 짜이스의 핵심 기술자 일부와 이동가능한 광학장비, 도면과 물자들을 미군점령지역으로 이전한다. 몇달 뒤  뒤이어 점령지를 획득한 소련군은 아예 짜이스의 제조설비를 해체하여 통째로 남아있던 기술자들과 장인들과 함께 크라스노고르스크 등지로 이동시켜 버린다. 

 

  1947년 Zeiss Jena는 Voigtlander의 광학설계 책임자로 동독에 있었던 예나 대학 출신의 Harry Zöllner 박사를 영입하였고 박사는 당시 미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있었던 롤라이플렉스에 장착되었던 80mm F2.8 렌즈를 개선하기 위한 연구 중 테사 타입으로는 F2.8의 개방조리개에서 더이상 만족할만한 이미지 품질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테사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설계의 렌즈에 몰두한  Zöllner는 전쟁 중 크게 발전한 광학소재기술에 힘입어 가우스 타입의 비오타를 변형한 비오메타 구조의 발명에 성공한다. 

 

 

 

 

  비오타의 2장이 접합된 3군을 비오메타는 한장의 얇은 오목렌즈로 교체하여 주변부에서 발생하는 횡색수차를 크게 줄였다. 이 3군 렌즈는 곡률이 심한데다 주변부보다 가운데가 매우 얇은 오목렌즈 형태로 전쟁직후였던 당시 기술로는 연마해낼 수 있는 제조사가 거의 없었고 덕분에 제조단가가 비싸고 양산이 힘든 형태였다. 이렇게 비오메타가 장착된 Rolleiflex 2.8b형은 약 1,250개가 생산된다.

 

CZJ Biometar 35mm F2.8 / Rolleiflex 2.8B Biometar 80mm F2.8

 

 

  이렇게 40년대말 설계가 완성된 Biometar는 롤라이플렉스에 적용됨과 동시에 전전형 Biogon 35mm F2.8를 대체하기 위한 135 포맷 광각렌즈로의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이미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러시아로 옮겨진 상황에서 서독의 새로운 Contax iia에서 사용이 가능한 35mm 렌즈로 태어나게 된다. 짧은 생산기간으로 인해 생산대수는 단 1,614개에 불과했다.

 

 

 

3. 간소화 된 디자인.

 

  1934년 설계된 루트비히 베르텔 박사의 비오곤에 비해 크게 줄어든 후옥으로 부피가 많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또한 전후 동독 렌즈들의 공통적인 특징으로 볼 수 있는, 가벼운 알루미늄 소재로 전환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경량화의 장점을 가진다. 플랜지백은 전후 미세 변경된 서독의 Contax IIa와 달리 기존의 Contax I, II으로 설정되어있기 때문에 핀교정 없이 Nikon RF 바디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외관의 디자인적 요소, 각인 등의 디테일 등은 고전적인 느낌의 초기 렌즈들에 비해 간소화 되어 심플한 느낌을 갖게 되었다.

 

Carl Zeiss Jena Biometar 35mm F2.8 Consecutive Serial. No. 3234162,163.

 

 

그리운 호시절.

 

 

 

4. 짜이스에서 탈출한 속세의 파계승.

 

  미지의 렌즈가 도착하면 냉동실을 열어 가장 신선한 포지티브 필름을 카메라에 장착한다. 디지털에서 바로 결과물을 확인해버리는 것은 뜸을 들여 짓는 밥솥의 뚜껑을 열어버리는 것과 같다. 그래서 몇일이 걸려도 반드시 필름으로 그 결과물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는데(ㅇㅇ This is the way), 이렇게 해보면 지적호기심이 충족되는 쾌감을 더욱 증폭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역시 웹상에 별다른 샘플이나 정보가 전무했던 2018년 여름, 첫 비오메타를 손에 넣고 두근거리는 마음에 한롤을 을 후루룩 찍은 뒤 루페에 떠오른 이미지는 홀리듯 매혹적이었다. 흐를듯한 T코팅의 컬러재현은 이제 완숙에 가까울 정도로 진하며 비오곤의 화상을 더 쭉쭉 뻗는듯한 느낌을 갖게하는 전통의 잔잔한 실패형 왜곡이 사라졌다. 개방에서 살짝 회오리치는 듯한 빛망울과 진한 비네팅은 좀처럼 짜이스에서 볼 수 없는 육감적인 결과물이다. 

 

  기존의 짜이스 광각계의 묘사는 굉장히 정직하고 차분한 느낌의 수도승과 같다면 비오메타는 마치 속세를 맛을 알아버린 파계승과 같은 느낌이다. 

 

 

 

 

 

 

5. 소유를 노려볼만한 콜렉션 아이템.

 

 

  소련의 통치와 예나 공장의 분해이전으로 혼란했던 시기 탓에  겨우 1,600개 남짓한 수량이 생산된 Carl Zeiss Jena Biometar 35mm F2.8은 콜렉션 아이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라이카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것에 비해 짜이스 렌즈들은 적은 생산량이라 하더라도 Ultra rare가 아니라면 가격이 그렇게 높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당대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화질의 렌즈를 수중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짜이스 콜렉션의 묘미이다.

 

  2,000개 안쪽으로 생산된 렌즈는 국내 샵에서는 제법 보기 힘들지만 해외 옥션이나 샵에서는 그나마 몇개 정도는 항상 보이는 정도이며, 희귀한 렌즈라면 눈에 잘 띄지 않아 주인이 바뀌지 않은 채 보관만 된 경우가 의외로 많아서 대체로 외관이 깨끗하면 광학계 또한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는 편이라 나름 안전하기도 하다. 다가오는 벚꽃 시즌에는 올드 짜이스에서 가장 이국적인 렌즈를 겪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장장 5년에 걸쳐 사용했던 애정이 많은 렌즈의 리뷰라서 그런지 내용이 꽤 길어져 버렸는데 모쪼록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9역

 

ㅅㅅ55

 

 

-Fin-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