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드디어 7번째 리뷰에 들어갑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Carl Zeiss Jena Orthometar 3.5cm F4.5 입니다. 사실 제가 사용하고 있는 렌즈는 클래식포토의 별이바다님께서 대여해주신 렌즈입니다. 덕분에 이 특이하고 귀한 렌즈를 컬러, 흑백 가리지 않고 찍어보고 있습니다. 전전형 렌즈라 약간 무거운 편이라 가방에 넣을까말까 고민이 좀 되긴 합니다만....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상당히 매력적인 렌즈라는 겁니다! 특히 컬러에서 무척 독특한 색감을 보여주는데요, 자 일단 그 역사적 배경부터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역사적 배경.
이 렌즈는 전전형 렌즈로써 1936년 발매되었던 Biogon 3.5cm의 뒤를 이어 1937년에 등장한 광각렌즈입니다. 당시 Biogon 3.5cm은 카메라 본체의 가격과 별반 차이가 없을만큼 고급렌즈였기 때문에 사실 Orthometar는 Zeiss사에서 제작비용을 줄이고 염가판으로 판매하기 위해 제작된 렌즈였습니다. 하지만 Contax 정도의 카메라를 소유할만한 자본가라면 비용보다는 성능을 더 중요시했을테고, 굳이 어두운 밝기에 약간 저렴할 뿐인 Orthometar를 구매할 이유가 없었겠죠. 이러한 연유로 단지 1,700개의 렌즈만 생산이 된 채로 2차대전을 맞이하게 됩니다.
2. 렌즈의 설계.
렌즈는 4군 6매의 Orthometar 타입입니다. 앞서 소개했던 W-Nikkor C 2.8cm F3.5 렌즈와 같은 구성입니다. 1926년 항공촬영을 위한 렌즈로 처음 개발되었던 Orthometar 타입의 렌즈는 Plasmat 이라는 4군 6매의 렌즈설계를 바탕으로 개발되었고 이 Plasmat의 개량형인 Orthometar 타입은 정밀한 항공지도의 제작과 정확한 폭격을 위하여 최대한 왜곡을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습니다. 이 35mm용 Orthometar는 항공촬영용을 목적으로 했다기 보다는 일종의 마이너체인지를 위해 Orthometar의 설계를 채택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입니다. 덕분에 이 유서 깊은 렌즈는 특유의 색감은 물론 디스토션이 아주 적다는 장점까지 갖게 되었습니다.
3. 렌즈의 조작 및 외형적 특성.
렌즈는 대부분의 전전형 렌즈와 마찬가지로 고풍스러운 크롬도금이 되어 있습니다. 별도의 합금등의 소재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묵직한 느낌이 강합니다. 조리개는 무단으로 주의하지 않으면 촬영시 돌아가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합니다. 특이한 점은 경통의 경우 전전형 Biogon 3.5cm과 동일한 경통을 사용하기 때문에 서로 교체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원가절감을 위해서였겠지요. 그래서 매우 드물게 최대개방값 2.8이 표기된 Orthometar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네요. 극소량이 2.8로 표기된 채 공장에서 생산되었다는 풍문도 있지만, 어쩌면 수리를 위해 교체된 것일 수도 있으니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겠습니다. : )
4. 렌즈의 성능 및 광학적 특성.
이 렌즈를 대여해주신 별이바다님의 에세이에서 참고하자면 일본에서 Roland Plasmat 이라는 콜렉션 카메라의 인기는 정말 대단하다고 합니다. 이 카메라의 렌즈가 바로 위에서 말씀드렸던 Orthometar 설계의 전신인 Plasmat 구조인데 일본인들은 이 렌즈의 묘사를 '액자속의 그림같이 세밀한 묘사속에 입체감을 갖는 환상의 사진을 보여준다'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합니다. (ㄷㄷㄷ;;) 도대체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Roland의 사진을 찾아보았더니 모두 다 그렇지는 않고 특정 환경과 광선하에서 실제로 특유의 입체적인 느낌의 사진이 촬영되는 듯 했습니다. (예제사진의 첫번째의 두번째 사진이 바로 그런 느낌입니다!)
아무튼 Plasmat의 혈통을 지닌 이 Orthometar에서도 흡사한 묘사력을 볼 수 있다하여 일본에서 역시 인기가 높은 렌즈에 속한다고 합니다. F4.5에서는 중앙부의 해상력이 꽤 훌륭한 편이고 광량저하도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 해상력은 전전형 Biogon에 미치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크게 빠지지 않습니다. 색감은 무코팅 특유의 약간 푸른빛이 도는 뉴트럴한 느낌입니다. 빛이 아주 밝은 경우 빛이 번지는 일이 있지만 무코팅임을 감안해보면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 정도 입니다. 보케의 모양은 잔잔하며 가운데가 차보이는 도넛모양으로 꽤 특징적입니다. 다음은 예제 사진입니다.
Nikon S3/EB100(F8,1/60)
Nikon S3/EB100(F5.6,1/60)
Nikon S3/EB100(F11,1/125)
Nikon SP/E100VS(F4.5,1/60)
Nikon SP/E100VS(F8,1/15)
Nikon SP/Superia200(F4.5,1/500)
S3/Kodak E100VS(F4.5,1/250)
Nikon S3/E100VS(F11,1/125)
Nikon S3/E100VS(F8,1/30)
5. 바디와의 매칭.
Orthometar는 동일한 경통을 쓰는 전전형 Biogon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약간 통통한 느낌입니다. 덕분에 렌즈를 달아 놓았을 때 조리개 값이 어두운 렌즈임에도 그렇게 컴팩트한 외관은 아닙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대부분의 전전형 광각렌즈들과 마찬가지로 Nikon Rangefinder에 장착할 때는 바디의 front plate와 맞닿는 부분이 굉장히 타이트 하기 때문에 바디에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블랙페인트의 복각 바디들에는 페인트의 두께 때문에 아예 장착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Nikon S3 / Orthometar 3.5cm F4.5
Nikon SP / Orthometar 3.5cm F4.5
6. 마치며.
예제 사진 속에서 '액자속의 그림같이 세밀한 묘사속에 입체감을 갖는 환상의 사진'을 보셨나요? 어쩌면 이런 수식어들은 레어한 렌즈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환상을 통해 부풀려진 표현일 수도 있지만 얼마간 써본 결과, 분명히 특유의 개성있는 사진을 만들어 주고 있음에는 틀림이 없는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안정된 밸런스의 뛰어난 35mm 렌즈를 쓰고 싶다면 분명 전후의 Biogon 35mm 2.8이나 Planar 35mm 3.5, W-Nikkor 3.5cm F2.5등의 렌즈를 쓰는 편이 최대개방값에 있어서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훨씬 좋은 선택이 될 것 입니다. 하지만 독특한 느낌의 올드렌즈를 쓴다는 재미, 게다가 그것이 레어한 렌즈라고 까지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겠지요? : )
*이 자리를 빌어 렌즈를 대여해주신, 에세이에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주신 클래식포토의 별이바다님께 깊은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