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gtlander Color-Skopar 21mm f4

Gigantopik
LENS_CLA/LEICA_21-28
2024. 2. 18.

안녕하세요, 새해 다짐을 지키기 위해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돌아왔습니다 ㅎㅎㅎ

여러분들 술 한잔 하시는거 좋아하시는지요?

저도 예전에는 술마시는걸 참 좋아라했었는데 한해 한해 갈수록 다음 날이 힘들어져서 요즘에는 일 마치거나 러닝 후 가끔 시원하게 맥주나 하이볼 한 잔 , 와인 정도만 마시고 있습니다. 갑자기 왠 술 이야기냐 하실텐데...음주운전 만큼이나 무서운게 음주 비딩입니다.

무엇보다 리스팅 된 렌즈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기 힘든데다 경쟁이 붙으면 정해놓은 예산을 한참 초과하기 마련이죠. 저를 포함 여럿 이런 경험 있으시리라 믿습니다 ㄷㄷ

오늘은 출시된지 어느새 23년이 흘러 어느새 우리와 함께 세월의 풍파를 맞은, 그래서 이정도면 슬슬 올드렌즈에 속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게 되어버린 Cosina Voigtlander의 컬러 스코파 21mm F4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뜬금없이 술 이야기로 시작이냐 하셨을텐데, 앞서 언급한 음주 비딩 보다 더.더.더 무서운게 바로 음주 DIY입니다;;

오늘 포스팅하는 작업은 의뢰자 분께서 한잔 걸친 상태에서 직접 손을 보시다가 폐기의 문턱까지 다녀온 렌즈를 소개해드립니다.

해당 렌즈는 2001년 출시된 코시나 보익틀란더의 첫번째 21mm입니다. CV의 21mm 개보를 잠시 돌아보자면 오늘 소개하는 렌즈와 동일한 2001년 스크류마운트 버젼의 발매를 시작으로 3개월 후 두번째 버젼으로 무려 M마운트도 아닌 Nikon S마운트를 발매합니다. 저역시 2007년 CV SC-Skopar 21mm F4렌즈를 가지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요, 이 두 렌즈는 동일한 렌즈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보익틀란더의 스크류 마운트 21mm F4렌즈는 요즘 유행하는 라이카 M 레인지파인더 커플링의 범위를 벗어나는 0.5m 최단거리까지 지원하는 상당히 가성비가 좋았던 렌즈입니다. 특히 미려한 디자인과 얇은 두께, 가벼운 중량감은 이후 출시된 후속 21m들에 비교해도 가장 아름답고 개성있는 디자인이라 할 수 있어 여전히 인기가 높은 버젼입니다.

이어 발매된 년도별 CV 21mm 라인업은 위와 같습니다. 다양한 조리개와 디자인, 뛰어난 만듦새로 사용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Voigtlander의 라인업은 특히나 고가가 되어버린 요즘의 라이카 시장에서 매우 훌륭한 선택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이제 작업 포스팅으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입고된 렌즈의 당시 상태는 일단 재조립이 되었으나 포커싱이 전혀 불가한 상태로 헬리코이드 이동시 긁히는 느낌이 있어 더이상의 조작없이 바로 분해에 들어갔습니다. 이때까지는 단순 조립오류에 의한 것으로 생각되었으나...

헬리코이드를 풀어내자 곳곳의 상처들과 함께 단순 조립오류가 아닌 심각한 상태임이 확인되었습니다. 아마도 조립과정에서 상당한 힘이 들어가면서 경통 및 여러 부품에 무리를 주었을 것이라는 판단과 함께 오늘 밤도 상당히 길어질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ㄷ

초점 헬리코이드의 회전운동을 광학 헬리코이드의 직진 운동으로 바꿔주는 로드 부분이 완전히 이탈 및 휘어진 상태였고 이 과정에서 본체의 스크류 및 사이드월 등에 상처 발생시켜 매뉴얼대로 조립한다 해도 본래의 부드러운 포커싱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이쯤되면 작업을 진행할지, 돌려보낼지 결정을 해야하는데, 시간을 배로 들여 어느정도 포커싱이 가능해진다고 해도 본래에 가까운 실사용 가능한 느낌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작업의 의미가 무색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의뢰자분께 연락을 드려 힘들다면 작업을 포기해도 괜찮다는 승인은 얻었지만...

아무리봐도...렌즈가 너무 이쁩니다. 영롱한 저 눈빛을 외면하기엔 너무도..ㅠ 하나의 개체가 부품용이 되거나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기 때문에 일단 수익은 둘째의 문제로 넘기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다행히 완전히 부러지거나 크랙이 난 상태가 아니라 제작할 필요 없이 원래 부품을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로드의 위치를 흔적을 참고하여 다시 잡아주고 휘어진 부분은 원상태로 복구하였습니다.

이후 일반적인 절차에 따라 CLA를 진행합니다. 손상이 된 여러부분에 걸쳐 가공 및 연마가 필요하므로 그리스 등 오염은 모두 제거합니다.

앞서 복원한 로드 부품이 가이드 홀에 이미 상처를 냈기 때문에 이동시 마찰이 심하거나 막힙니다. 부드럽게 작동하도록 양쪽 부분을 깎아내고 각도를 맟춰 연마, 원활히 움직이는지 체크하며 작업합니다. 필요이상으로 연마시 돌이킬 수 없는 유격이 발생하므로 계속해서 확인하며 진행합니다.

렌즈 조립시 필요한 부분은 이렇게 측면이 뚫려있습니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부품수를 줄여가며 조립할 수 있도록 고심한 흔적이 보이는 부분입니다. 다만 이런 경우 유사시, 혹은 거칠게 오버홀을 하는 경우 이처럼 문제가 생기기 쉬운 단점이 있습니다. 이번 경우도 하단의 림 부분이 휘어버린 탓에 포커싱시 긁히는 문제가 발생하여 형태를 바로 잡아줍니다.

가장 중요한 헬리코이드에도 상처가 났네요..덕분에 회전이 끝까지 되지 않고 중간에 걸립니다. 이 부분도 길을 다시 잡아주고 가공 및 연마 후 원래대로 움직이는지 체크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황동 헬리코이드의 경우 어느정도 무른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분리 자체가 가능했지만 염가의 알루미늄, 혹은 알로이 합금의 경우 경도가 높아 헬리코이드 자체가 빠지지 않고 고착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이후는 상상에 맡...

작동의 확인을 위해 헬리코이드 및 조립을 완료하고 그리스를 적용하였습니다.

여기서 잠깐 스크류 마운트와 LTM 어뎁터의 이야기입니다. 이부분은 언젠가 따로 다루겠지만, 때때로 사제 LTM 어뎁터 장착시 핀 문제가 생기거나 일부 중-근거리 구간에서 포커스 연동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를 겪어보셨을겁니다. 이것은 스레드의 시작 지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정품 어뎁터나 보익 어뎁터의 경우 왼쪽사진과 같이 센터가 맞지만 일부 사제 어뎁터의 경우 스레드 시작점이 달라 포커싱이 가능한 구간이 센터까지 오지 못해 연동이 안되는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중국산 어뎁터, 심지어 같은 브랜드의 어뎁터라고 해도 시작지점이 중구난방이기 때문에 일일히 렌즈를 장착을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사진은 이해가 쉽도록 렌즈의 분리된 렌즈의 마운트 부분을 체결한 것으로 렌즈를 마운트해도 동일한 위치가 되어야합니다.)

역시, 절대로, 한번에 해결되는 경우가 없습니다. 포커싱은 가능하지만 매우 빡빡한 상태로 긁히는 느낌이 남습니다. 이제 문제가 일어나는 부분을 일일히 육안 및 촉감으로 검사해 수정해나갑니다. 긁힌 마운트 부분의 표면이 불규칙해지면서 헬리코이드의 축이 미세하게 틀어진 것을 확인, 이부분도 평탄화를 진행합니다.

이외에도 여러 부분의 문제 및 토크가 균일치 않은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해나갑니다. 특히 이 렌즈는 손가락을 렌즈를 감사는 형식이 아닌 포커싱노브를 밀면서 포커싱이 가능한 버젼이라 경통의 형태나 표면마감이 일정치 않으면 미는 방향으로 힘이 쏠리면서 부드러운 회전이 불가합니다. 해서 각 부분의 그리스 점도 및 상태에 따라 토크를 잡아주기가 까다롭습니다.

최종적으로 문제를 수정하고 마지막 조립에 들어갑니다. 이중상의 무한대 및 렌즈 이동거리 역시 일일히 잡아 주어야 합니다. 비교적 저렴한 써드파티 렌즈들은 부품 수를 줄이기 위해 여러 부분을 조립과정에서 이동거리, 무한대 설정 등을 조립자가 직접 설정하는 방식으로 설계되는데, 이 때문에 왠만큼 경험이 있는 사용자가 아닌 경우 렌즈 가격이 저렴하다고 DIY를 시도했다가 곤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LTM 어뎁터에 따른 센터 문제입니다. 스크류 특성상 저 부분이 센터로 오지 않으면 포커싱 및 이중상 무한대 일치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21mm 같은 광각의 경우 심도가 깊기 때문에 사진과 같이 오차가 심하지 않은 경우는 그냥 사용해도 무방하나 50, 35mm 정도면 핀오차가 발생하거나 심한 경우 중-근거리 포커싱연동이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