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사를 마치고 첫 작업 포스팅이 되겠네요. 몇달 된 작업인데 심심치 않게 보이는 35룩스 1세대의 발삼 수리를 다룬 내용이라 포스팅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렌즈 관련 정보를 정리하기가 꽤 시간이 걸리는 과정인데 이미 포스팅했으므로 대충 잡설로 서두를 채우면 대충 포스팅 하나를 때울 수 있다는 숨겨진 진실이 ㅎㅎ
이번 렌즈는 클리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꽤 오랜시간 보관되어 렌즈 코팅면은 물론 전반적인 조작계의 조작감 역시 아주 안좋은 상태였습니다. 많은 1세대 35룩스 개체들에서 볼 수 있는 전핀현상도 있어 작업에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그리고 OLLUX 후드 사용시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인 조리개표시점 이탈 역시 교정이 필요했습니다.
렌즈는 오랜시간 좋지 않은 환경에서 보관된 상태로
각 렌즈군 마다 닦이다만 흔적과 얼룩, 이후에 생긴
헤이즈로 오염이 심한 상태였습니다.
타이틀 사진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렌즈면의
일부에서 난반사가 일어나고 있는 상태로 이미
코팅이 유막 등에 의해 표면경화가 일어났거나
손상이 되었을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태임을
알려드리고 작업에 착수하였습니다.
Summilux 35mm F1.4 스틸림은 OLLUX 후드 탈착시 물린 상태에서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려서 탈착하게 되는데 렌즈경통이 헬리코이드
경통에 단순히 스크류로 물려지게 되는 원시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후드의 결착부가 타이트한 경우 잦은 탈부착을 하게 되면
점점 조리개 표시점의 정렬이 어긋나게 되며 역방향으로 돌려 빼면
렌즈경통이 풀리게 되기도 하며 심한 경우 렌즈를 경통에 고정하는
역할을 하는 후옥배럴의 고정나사가 마모되어 유격이 생기거나
새로 나사구멍을 뚫어 고정시켜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급적 후드의 잦은 탈착을
피하거나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렌즈경통을 헬리코이드 부에서 분리하였습니다.
본격적인 분해 전 부터 심상치 않은 먼지와 기름때가...ㅎㅎ
후옥의 분해에 들어갑니다. 본래 진한 보라색으로
보여야하는 렌즈 코팅면의 반사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후옥 경통 내측에는 나사 구멍을 뚫고 남은
황동가루들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전옥부의 분해에 들어갑니다.
나중에 증상별 카테고리의 정리가 끝나면
자시히 다루어보겠지만 헤이즈의 원인에는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칼 짜이스나 니콘에 비해 유독 라이카 렌즈들의 헤이즈가 심한 편인데,
다양한 렌즈의 분해 작업을 통해 얻은 결론은 흑칠도료 및 사용했던
윤활유의 종류가 다르기 때문으로 결론 지을 수 있습니다.
라이카(초기독일산) 흑칠 도료는 에나멜 베이스로 쉽게 기름에
지워져버리는데 문제는 이 도료가 내부 윤활유에 의해서도
용해가 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렌즈를 분해해보면
흑칠이 끈적끈적한 상태로 이미 녹아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ㄷㄷㄷ
이런 식으로 과거 오버홀 시 그냥 두었던 조리개 유막이
조리개 앞뒷면에 위치한 렌즈의 흑칠 도료를 용해시키면서
발생한 gas가 렌즈 표면에 습기와 함께 증착되기 시작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코팅에 스며들거나 한몸(?)이 되어
코팅을 제거하는 편이 차라리 나은 상황에 이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렌즈 구입시 코팅의 반사광이 리치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죠.
60여년동안 한번도 제거되지 않았을 조리개의 유막도 깨끗히 제거해줍니다.
전옥부의 렌즈 상태를 체크합니다.
2군의 클리닝이 무사히 완료되었습니다.
대물렌즈의 상태는 매우 좋았으나
사진과 같이 유막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옥부의 클리닝이 아주 만족스럽게 끝난 상태.
이제 골치아픈 부분으 다루어야 할 시간이네요 ㅎㅎ
문제의 4군 렌즈는 2장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진과 같이 말끔하게 분리한 후 각각의 렌즈를 클리닝하고
사진과 같이 재접착을 해줍니다.
몇 문장으로 간단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이물질 없이 완벽히
두 면을 클리닝하고 광축을 정렬해서 접착해야하기
때문에 실상은 굉장히 스트레스풀한.....ㄷㄷㄷ
그렇게 달라진 우리아이, 이 맛에 렌즈 닦습니다ㅠㅠ
후옥도 누군가에 의해 손을 거치면서 여러번 닦았는지
상태가 엉망이네요, 정성스레 이물질이 남지 않도록 클리닝하고
조립합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나사가 렌즈 경통에 후옥배럴을
고정시키는 부분인데, 나사 위에 보이는 검은색 나사산이
전옥부 전체를 헬리코이드 경통에 고정시켜주게 됩니다.
경량화를 위해 후옥배럴은 알미늄 합금으로 되어있는데
후드가 빡빡한 경우 렌즈경통과 후옥배럴을 고정하는
나사에 무리를 주게 되고 유격이 발생하게 되므로
후드나 필터를 끼울 때 주의가 필요합니다.
가급적 올드렌즈들은 필터를 살짝 조여놓는 것이 좋습니다.
렌즈 작업을 마쳤으니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이제 헬리코이드 부의 작업에 들어갑니다.
이제...상남자의 영역. ㄷㄷㄷ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썩은 '구리스'가
잔뜩이네요, 이런 상황에서는 윤활유보다 적절한 단어.
전부다 닦아냅니다. 이하 동문이므로 더이상의 자세한 설명 없이
쭉 사진만 갑니다. 사실 집중력이 떨어져서...ㅎㅎㅎ
자! 이제 새것과 다름없는 렌즈가 되었습니다...
음 사진만 나열하니 정말 성의없어보이네요 ㅠ
작업 내용이 너무 부실하여 작업철학에 관련한
에피소드 하나를 이야기를 전해드리자면...
일전에 작업한 6군8매에 관한 이야기인데 ㅎㅎ
포클 시절 열심히 활동하시다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바닷가 촬영을 마지막으로 오랫동안 카메라를 자주 들지 못하게 되셨고,
그분의 8매는 결국 방치된 상태에서 내부 부식까지 생겨 헤이즈와 함께
렌즈의 작동부가 거의 움직이지 않을 지경에 이른 상태였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슬슬 작업지연에 대한 밑밥의 스멜이...)
작업이 완료된 렌즈를 M6에 물려 조리개와 포커스 탭을 연달아
움직여 보시고는 정말 밝은 표정으로 꼭 '새 렌즈를 구입한 것 같은
설레임'을 느끼셨다며, 돌아가는대로 빨리 필름을 다시 넣어
촬영하고 싶다하셨던 그때가 아마 작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을 느꼈던 순간이 아닌가 싶네요.
요즘은 그렇게 긴 세월의 풍파를 맞아 켜켜이 쌓인
헤이즈와 유막, 묵은 기름때를 벗겨내고 반세기 전 출고당시의 상태로
돌아가 마치 새 렌즈를 사용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그래서 올드렌즈는 원래 이렇다는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당시 설계자의 의도대로 현재를 살아가는 각자의 순간들을
기록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제 작업이 누군가에게 큰 의미로
남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Leica M2 Button Rewind / Summilux 35mm F1.4 V1 Steel Rim
유막과 접착면 문제가 사라져 본래의 코팅 상태가
회복된 상태의 스틸림. 역시 1세대 35룩스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M2 버튼식과 가장 잘 어울리는 듯 싶군요.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