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코너의 첫 타자는 바로 W-Nikkor C 2.8cm F3.5 렌즈입니다. 솔직히 어떤 렌즈를 첫 타자로 내보낼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표준화각의 렌즈는 지난 Nikon SP2005 의 리뷰에서도 첫번째였기 때문에 또 그걸로 시작하기엔 너무 지겨웠습니다;;; (마치 기말고사에 중간고사 범위가 겹쳐나오는 부분을 다시 공부하는 느낌이랄까...) 어찌되었든 사용하면서 꽤 인상깊었던 렌즈였고 28mm라는 너무 넓지도, 좁지도 않은 화각 덕분에 자주 마운트 했던 렌즈 중 하나였던 이 녀석을 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역사적 배경.
처음부터 딱딱하게 잡고 들어가는 듯 하지만 이 렌즈가 나올 당시의 대략적인 분위기를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35mm라는 화각이 현재와는 달리 광각의 표준 정도로 인식되던 때라 비교적 밝은 조리개의 28mm의 등장은 꽤나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28mm 화각의 렌즈를 선보인 곳은 여전히 초광각렌즈에서 우위를 자랑하고 있는 Carl zeiss였습니다.(Tessar 2.8cm F8, 1932) 그 후 라이카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Hektor 2.8cm F6.3, Summaron 2.8cm F5.6을 내놓으면서 점차적으로 28mm 렌즈는 밝은 조리개 값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1951년, 캐논의 Serenar 2.8cm F3.5 가 비교적 밝은 광각렌즈의 시대를 열었고 이에 뒤이어 1952년 니콘에서 이 렌즈가 발매되기에 이릅니다.
2. 렌즈의 설계.
이 렌즈는 4군 6매의 렌즈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설계의 기본이 된 렌즈는 Ortho-Nikkor 18cm F4.5 라는 항공촬영용 대형렌즈였습니다. 이를 135 포멧용 렌즈로 개발하면서 지금의 조리개 값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와같은 설계방식의 렌즈로는 Biogon 35mm의 염가판인 Zeiss jena Orthometar 3.5cm F4.5가 유명합니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Ortho-'라는 접두어는 '곧은, 똑바른'이란 뜻의 그리스어로 왜곡을 최대한 억제해야하는 이런 종류의 렌즈들에 주로 붙여지는 접두어입니다. 여담이지만 정형외과를 뜻하는 단어인 'Orthopedics' 역시 같은 접두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단어가 가지는 의미가 대충 어떤 뉘앙스인지 쉽게 이해가 가실거라고 생각됩니다.
3. 렌즈의 조작 및 외형적 특성.
일반적인 W-Nikkor 렌즈와 마찬가지로 External mount 타입의 렌즈입니다. 조리개 스탑은 1stop씩 확실하게 끊어져 초점 조작시 실수로 돌아가는 일은 없어 믿음직스럽습니다. 조리개의 조작은 필터링을 이용하며 대부분의 W-Nikkor 처럼 조리개수치가 경통 내부에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Zeiss의 초기 광각렌즈들처럼 독특한 인상을 가집니다. 하지만 이런 특징은 카메라를 몸쪽으로 기울여 조리개 수치를 확인해야하기 때문에 사용자에 따라 번거로울 수도 있습니다. 뭐, 그 덕분에 렌즈 외부에 레터링을 할 공간이 필요 없어지기 때문에 더욱 컴팩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점이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습니다.
Black 경통과 Chrome 경통 두가지 버젼이 존재하며 스팩상으로도 30%정도 Black이 가볍습니다. 실제로 들어보면 무게의 차이가 꽤 납니다. 이는 재질의 차이로 부터 기인하는데 Black은 알로이합금이며, Chrome은 크롬과 황동으로 만들어져있습니다. 마감은 Zeiss의 렌즈들이 번쩍이는 크롬광택인 것에 반해 반광택의 표면을 가집니다. Black 의 경우 가벼워진 경통 덕택에 한손으로 Focusing-wheel을 이용해 초점을 맞출 때 기어에 무리가 없으나 Chrome 버젼은 작동부의 윤활의 정도에 따라 기어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요합니다. (모든 External mount 타입 렌즈 공통)
4. 렌즈의 성능 및 광학적 특성.
먼저 렌즈의 평가는 어디까지나 주관적이고 초보적인 입장에서 진행되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결과물들은 동일 현상소와 동일 셋팅값의 Coolscan 5ed를 통해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어느정도 객관성은 가진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W-Nikkor C 2.8cm F3.5 렌즈는 와이드오픈인 F3.5 에서도 뛰어난 해상력을 보여줍니다. 콘트라스트 역시 개방에서 조임까지 균일하게 유지되고 있습니다. 주변부광량저하는 F3.5에서는 눈에 띄게 보이고 F5.6 정도에서 완벽하게 사라집니다. 이 렌즈는 최고의 해상력이 F5.6 ~ F8 부근에서 만들어집니다. 그 이상 조이게 되면 화질의 열화가 눈에 띄게 일어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F8 정도까지가 최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왜곡에 있어서는 RF용 28mm 렌즈 자체의 화각이 왜곡이 많지 않은데다가 위에서 소개한 것 처럼 항공촬영용 렌즈를 바탕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뛰어나게 절제하고 있습니다. 직접적으로 태양광원이 들어가지만 않는다면 괜찮지만 역광에서의 플레어와 고스트는 역시 올드렌즈 답게 주의해야할 부분입니다. (예제사진 참조)
아래는 각종 상황에서의 예제 사진들입니다. 클릭하시면 구석구석 자세히 들여다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없는 렌즈라 SP사용기에서 썼던 사진들이 좀 많네요;;;
Nikon S2/Velvia50 (F3.5,1/15)
Nikon S2/400TX (F5.6, 1/125)
Nikon S2/Velvia 50 (F5.6, 1/60)
R2s/Velvia50 (F5.6, 1/60)
SP/Vista100 (F8.0, 1/125)
Nikon S2/Fortia 50 (F8,1/60)
5. 바디와의 매칭.
zeiss의 크롬렌즈들은 약간 어두운 광택의 크롬이라 블랙바디에 물려놓으면 뭔가 강렬한 조합의 느낌이 나는데 Nikon의 크롬렌즈들은 반광택의 경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크롬바디에 물려야 제 맛이 납니다.
Nikon S3 / W-Nikkor C 2.8cm F3.5
Nikon SP / W-Nikkor C 2.8cm F3.5
Nikon SP 2005/W-Nikkor C 2.8cm F3.5
Nikon SP 2005/W-Nikkor C 2.8cm F3.5
6. 마치며.
많은 고민 끝에 결국 이 렌즈를 쪼개서 CV SC Skopar 28mm F3.5 와 CV SC Skopar 21mm F4 렌즈를 구했습니다. 이 렌즈와 CV(Cosina Voigtlander)의 28mm를 비교한 결과물은 추후에 SC Skopar 28mm F3.5 의 리뷰에서 소개하기로 하겠습니다. SP의 built in 28mm finder 와 함께 쓰면서 스냅용으로 흑백,컬러 가리지않고 즐겨 썼었기에 묵묵히 좋은 사진들을 남겨줬던 렌즈였습니다.
지금도 SC Skopar 28mm가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손에 잘 안 잡히네요, 묵직한 맛이 없어서일까요? CV렌즈들을 계속 가지고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뛰어난 렌즈이긴 하지만 올드니코르와 성능면에서 크게 차이가 없다면 아무래도 제짝에 마음이 가는건 어쩔 수 없습니다;;;
음, 어느새 날림으로 첫 리뷰가 완성되었습니다. 이 곳에서는 앞으로도 제가 사용했던, 혹은 사용하고 있는 S 마운트 렌즈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종종 들려주세요 : )